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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금융사고에 "조직문화부터 바꾸라”…이복현, 은행장들 질타

금감원장, 20개 은행장과 간담회

잇단 금융사고에 "조직문화 문제"

금감원, 새 감독수단·인센티브 마련

우리·농협은행장, 재발 방지 약속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횡령, 배임 사고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은행권에 조직문화부터 과감히 변화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를 통해 준법·윤리의식이 중심이 된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도 은행권의 조직문화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새 감독 수단을 마련하고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진행한 20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불완전판매와 금융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직 문화 정립에 경영진이 앞장서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이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조직 문화 개편을 강조한 것은 최근 은행권에서 불완전판매와 금융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올 초 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로 홍역을 앓기 시작해 3~4월에는 KB국민은행·NH농협은행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우리은행에서 100억 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잇따라 터졌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은행 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만 아니라 영업과 운영 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에 따라 본점의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시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영업점 일선에서의 방어 체계, 본점 여신, 감사단에 이르는 소위 3중 방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 과정에서 본점의 문제가 있다면 엄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이복현 금감원장과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최근 발생한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내부 통제 강화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도 간담회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조직 문화 개선 등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는 소홀히 하더라도 단기 실적만 좋으면 우대받는 성과 보상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 당국의 조치와 제도적 보완에도 금융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준법·윤리의식이 조직 내 모든 임직원들의 영업 행위와 내부통제 활동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해외 감독 당국의 사례를 참고해 은행의 조직 문화를 진단·분석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조직 문화 변화로 불완전판매나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경우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 위험 가중 자산 산출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과도한 성과주의, 중장기적 리스크에 대한 검토 미비, ‘모 아니면 도’ 식 운영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면서 “국제적인 논의와 우리나라 고유의 상황을 반영해 은행권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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