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21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날 5년 콜옵션(조기 상환권) 조건의 신용등급 ‘AA-’급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총 53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농협금융지주는 공모 희망 금리 범위로 3.8~4.4%를 제시했는데 4.2%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농협금융지주는 28일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대 증액시 발행 금리는 4.24%가 될 예정이다.
신종자본증권이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본성 증권이다. 발행 시 재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위험 가중 자산 대비 자본 비율)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2100억 원 발행 기준 농협금융지주의 총자본 비율은 1분기 말 15.69%에서 15.8%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부터 국내 금융·증권·보험사들이 자기자본 비율 제고를 위해 앞다퉈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투자 열기는 올해도 견조하게 나타났다. DGB금융지주(139130)가 18일 1000억 원어치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완판했고 11일 우리금융지주(316140)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는 모집액(27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와 최종 4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올 초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와 하나금융지주(086790)도 모두 최대 증액 한도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채권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것은 부도 위험이 낮으면서도 은행 예적금이나 일반 금융채보다 이자율이 높은 덕분이다. 농협금융지주 5년물 회사채의 경우 전 거래일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평균 금리가 3.455%로 기준금리보다 낮았다. 원금 손실을 가장 경계하는 투자자라면 부도 위험성이 높은 기업의 고금리 채권보다는 연 4%대의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금융기관이 부실 기관으로 지정되면 투자자들이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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