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조기 총선이 8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지지율 선두로 올라선 배경에 프랑스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총선에서 많은 여성 유권자가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배경에는 이민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은 31.5%를 득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14.6%)를 더블 스코어로 누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프랑스 매체 레제코가 유럽의회 선거 당일 여론조사회사 오피니언웨이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여성 유권자의 33%가 RN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RN에 투표한 프랑스 남성 유권자 비율(30%)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남성의 25%, 여성의 21%가 RN에 투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유권자의 RN 지지율이 불과 5년 사이 12%포인트나 높아져 남성 유권자의 RN 지지율을 추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극우세력이 지난 수년간 불법 이민자와 무슬림을 각종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묘사하면서 자신들을 여성권리의 수호자로 묘사해 온 전략이 일정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RN은 가정 폭력에 고통받는 여성에 대한 지원과 의료지원 등 여권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외국인 범죄자 강제추방, 여성에 대한 폭력 엄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여성이든 낮이든 밤이든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르델라는 지난해 유럽의회 연설에서는 "우리의 유럽적 가치는 여성을 머리수건 뒤의 노예로 만들고 가두는 것보다 언제까지나, 현저히 우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여론조사회사 오독사(Odoxa)의 에르완 레스트로앙은 RN 유권자들에게 안보는 "이민과 연관된 위협으로 해석된다"라고 짚었다. 이어 RN이 '보호'라는 개념을 광범위하게 적용해 안보뿐 아니라 보건, 고용 등 전반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달리 여성 지지자가 많은 점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바르델라의 특별한 이력과 훤칠한 외모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르델라는 1995년 프랑스 파리 북서부 변두리 지역인 생드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이탈리아·알제리 출신 이민자다.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인 2012년 RN의 전신 국민전선(FN)에 입당해 지역구에서 활동했다. 2016년엔 도시 변두리 노동자 계층을 극우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리유 애국자들’ 단체를 이끌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FN이 RN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인 지지 기반 확대에 나설 무렵 당 대변인 3명 중 한 사람으로 발탁됐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선됐고, 당 부대표로 임명됐다. 르펜의 2022년 대선 본부에선 청년층 공략을 맡아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 소셜 미디어에선 ‘인플루언서’처럼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주간 르푸앙은 “10~20대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바르델라에게 열광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그의 틱톡 팔로어는 140만명에 달한다. 프랑스 매체들은 RN이 이달 30일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도 대승한다면, 바르델라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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