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이 해외 주요 국가 대비 최대 10배 비싸다는 정부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정확한 가격 비교를 위해 신약 가격을 산정할때 적용하던 미국 등 8개 ‘A8 국가(약가참조국)’를 사용했다. 정부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연내 제네릭 약가 개편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저렴한 제네릭을 사용할 경우 환자부담금을 면제해주는 독일식 ‘참조가격제’ 등이 제안된 가운데 제약업계는 “과도한 가격 인하는 연구개발(R&D)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약국 판매가(PTC) 기준으로 ‘A8’ 국가(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스위스)의 위장관계·당뇨·고혈압·고지혈증·항생제 등 5개 효능군 의약품을 국내 시장과 비교 연구했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한국은 차이가 미미했다. 등재 10년 후 가격 인하 정도도 미국은 등재시점 대비 32%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국내 제네릭은 78.75% 수준에 머물렀다. 이 외에도 국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약이 대부분의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비쌌다. 특히 고지혈증약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국내 절반 이하 가격이었다. 영국은 국내 대비 10분의 1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국내 제네릭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시장 진입 후 경쟁을 통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기전이 부족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저가 제네릭을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고지혈증 등 외국과 비교해 가격이 높고 20개 이상 등재된 제네릭은 정부가 직접 개입 △우수 제네릭 의약품 정보 제공 및 사용 장려금 지원 △참조가격제 시범 운영 등을 제시했다. 독일 등에서 시행 중인 참조가격제는 특정가격보다 낮은 제네릭을 사용할 경우 환자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는 의약품 선택 기준이 없어 영업사원과의 친밀도 등으로 선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토대로 연내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제네릭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도 위협 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의료개혁을 위해 건보 재정 10조 원을 5년간 필수의료 분야에 투입키로 한 점도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건보재정 안정화에 속도를 내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는 연구개발(R&D) 역량 및 투자 연속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약가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시장은 제네릭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R&D에 투자하는 구조라 지속적인 약가 인하로 성장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건보재정이 투입되는 곳이 많은데 의약품에 대해서만 인하 압력이 거세지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상승하는 것과 달리 약가는 항상 낮아지기만 한다”며 “약가가 과도하게 인하되면 필수 의약품 공급 부족이 야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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