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금융안정보장기금(안정기금)’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650억 위안(약 12조 3955억 원) 규모로 출범하고 최종적으로는 수천 억 위안(약 100조 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부터 28일까지 개최하는 제14기 전인대 상무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안정법안 2차 수정안을 심의하기로 했다. 기존에 은행·신탁·증권·보험 등 분야별로 조성된 기금은 예금자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새로 출범하는 안정기금은 분야별 기금을 하나로 통합해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 관리를 맡게 된다.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 정부가 금융기관에 긴급 자금을 투입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게 된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이미 650억 위안을 조성했으며 최종적으로 수천 억 위안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향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의 저리 융자로 기금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부동산발 금융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중견 부동산 업체 카이사에 대한 법원 청산 심리가 7주 연기됐는데 2021년 말 120억 달러 규모의 역외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 재조정 협상을 벌여온 업체다. 헝다그룹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역외채권 발행 업체로,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잠재 부실이 상당한 규모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개발업체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연쇄 부도가 발생할 경우 중국 경제 전체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기금을 통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 3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금융 산업 전반에 미칠 상황에 대비해 금융안정법안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안정기금 설립을 인민은행이 주도하고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법무부, 재정부, 주요 은행 등이 맡는다고 명시했다. 은보감회·증권감독관리위원회·국가외환관리국 등이 분담해 책임을 맡아 기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당시 은보감회 대변인은 “금융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안정보장기금을 설립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행”이라며 “중국 현실에 기초한 안정기금을 설립하고 중국 특색의 금융안정보장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금융 시장의 리스크 관리는 인프라 정비 등에 충당하는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전용하는 방식이었다. 지방정부가 해당 중소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함으로써 금융시장 리스크에 대응해온 셈이다. 지난해 이런 식으로 투입한 공적자금의 규모는 2200억 위안(약 41조 9166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정부 세수가 줄어들자 채권 발행을 늘리기 힘들게 됐다. 중국 내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구성한 특수법인(LGFV) 부채까지 포함하면 지방정부의 총 부채는 약 3경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닛케이가 인용한 중국 상장기업 재무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상장기업의 잠재적 불량 채권 비율은 7.3%로 1년 전보다 약 3%포인트 낮아졌으나 정부 통계인 1.6%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부동산 업종의 잠재적 부실채권 비율은 19.4%로 2019년 말 대비 6배로 높아졌다. 부동산 개발 기업에의 융자나 주택융자는 은행 대출 잔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5월 중국 70개 중대형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7% 하락해 2014년 10월(0.8%)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지방 정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개혁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개인 소득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부가가치세 분배 비율을 조정하는 등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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