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저원가성 예금 확보를 위해 올 하반기 금고 선정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내년부터 5년간 31조 원의 예산을 책임지는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 선정을 시작으로 경기도·부산시·광주시 등 수조 원대 예산을 보유한 지방자치단체도 올 하반기 금고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은행들로부터 입찰신청서를 접수하고 7월 11일 제안서 평가를 통해 주거래은행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주거래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9년 말까지 5년간 공단의 자금 수입 및 지출 관리 업무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연금 업무 △재해 보상 업무 △기금 운용 업무 △기타 국가 위탁 업무 등이 주요 업무다. 올해 기준으로 공단의 예산은 약 31조 3790억 원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달 초 주거래은행 선정을 위한 제안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가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여 년간 공무원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입찰 참여를 결정했고 다른 은행들은 입찰 참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시스템 연속성,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은행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9년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 선정 때도 국민은행만 단독 입찰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시에는 업무 수행을 위한 새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하 지연으로 저원가성 예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만 명에 육박하는 공단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접촉면을 확대해 고객을 키울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면 기업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금고나 주거래은행은 사업 자체로 큰 수익성이 없어 과거에는 은행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최근 금리 인하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 하반기 줄줄이 이어지는 시금고 수수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에서 서울시 다음으로 많은 지자체 예산을 운용하는 경기도가 올해 12월 도금고 은행을 선정해 내년 4월부터 4년간 기금을 맡길 계획이다. 경기도의 올해 예산은 약 36조 1000억 원이다. 현재 경기도의 1금고 은행은 NH농협은행이, 2금고 은행은 국민은행이 각각 맡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 역시 내년 시금고 은행 변경을 위해 조만간 은행 선정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부산시의 연간 예산 규모는 약 15조 7000억 원, 광주시는 약 7조 8000억 원에 이른다. 이들 지자체의 1금고 은행은 각각 부산은행과 광주은행 등 해당 지방은행이 맡고 있다. 2금고 은행은 모두 국민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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