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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농부의 부푼 꿈, 감자칩에 담기다

■평창 감자농가 가보니

2200평 밭서 길러낸 '두백' 품종

사전계약 따라 대부분 칩용 납품

규격맞춰 길러 안정적 판로 확보

농심 프로그램 통해 노하우 전수

강원도 평창군 용항리 감자밭에서 농사를 짓는 안천기(왼쪽)·민기(오른쪽)씨 형제가 올해 수확한 감자가 사용될 과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농심




24일 찾은 강원도 평창군 용항리의 한 감자 농장. 산골짜기 사이에 자리잡은 약 7300㎡(2200평) 규모 감자밭은 초록빛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했다. 지금은 푸릇푸릇 싱싱한 잎사귀가 시들어 늘어지기까지는 한 달 가량 남았다. 이렇게 잎에 있는 영양분이 모두 뿌리인 감자로 내려가면 비로소 수확철이 시작된다. 이날 올해 처음으로 작물을 밭에서 뽑아 영양 상태를 확인한 청년 농부 안민기(23) 씨는 “이만하면 큰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있는 편”이라며 “한 달이 지나면 크기가 두 배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민기씨의 손에 들린 감자는 크기만 작을 뿐 이미 탱탱하게 영글어 있었다. 이 밭에서 그와 형 안천기(31)씨가 함께 기르는 ‘두백’ 감자는 전분이 많고 저장성이 좋은 품종으로 꼽힌다. 식품업계나 농가에선 ‘칩용 감자’라고도 불린다. 일찍이 국내에 보급돼 감자 재배 면적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미’ 품종보다 과자나 튀김류 가공에 유리하다. 올해 이 밭에서 난 지름 50~85㎜의 감자는 사전 계약에 따라 대부분 농심에 납품된다. 이 시기 생산되는 ‘포테토칩’ 등 감자 과자 제품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계약재배는 가공식품 제조사와 농가에 모두 유리하게 작용한다. 금병선 농심 구매팀 책임은 “감자칩 제조 규격에 맞는 원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가 얻는 이점도 크다. 천기씨는 “안정적 공급 경로를 확보하고 단가 변동에 따른 변수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각각 영농 경력이 1년·3년차로 짧은 이들 형제는 다른 청년들과 함께 올 3월부터 파종과 수확, 선별을 포함한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농심의 ‘함께하는 청년농부’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다. 귀농하는 젊은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농심이 2021년부터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협업해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농사 경험이 많은 전문가를 귀농 청년의 멘토로 매칭해 재배 기술을 전수해준다. 또 농자재 구매용 상품권 300만 원 어치를 지급하고 사전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한다.

농심이 지난 3년간 육성한 청년농부 30명을 통해 구매한 감자량은 총 685톤 규모다. 서울에서 8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올해 초 귀농한 천기씨는 “청년들이 재배를 시작할 때는 초기 자본이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농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 가장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서 “농심 아산 공장에 견학해 실제 감자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는 경험도 귀중했다”고 덧붙였다.

이달부터 이미 수확에 들어간 남부 지방과 달리 상대적으로 서늘한 강원도 평창 일대는 막바지 감자 관리에 한창이었다. 농가별로 여름철 장마에 대비하고 잡초들을 제거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칫하면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기도 전에 일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이 시기는 긴장감도 높다. 감자에 치명적인 ‘탄저병’ 발생에는 장마나 폭염 같은 기후 현상의 영향이 특히 결정적이다. 민기씨는 “지금까지 감자 주산지인 강원지역 작황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지금부터는 태풍이 오기 시작하는 시기"라면서 “그동안 잘 키워 놓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이 있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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