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창사 이래 최초로 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발행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SK온은 5000억 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25일 공시했다. 2054년 6월 26일 만기인 30년물로 표면 이자율은 6.42%다. 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 8개의 증권사가 나눠 인수할 예정이다.
SK온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거나 통상 30년 이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이다. SK온은 그동안 모회사를 대상으로 유상증자와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회사채 발행,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왔다.
사용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다. SK온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5818억 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1분기 들어서도 3315억 원의 적자를 냈다.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획한 생산 시설 확충과 연구개발(R&D) 등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앞서 SK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았던 2021년과 2022년에 SK온을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뒤 상장하거나 프리IPO로 수조 원대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투자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SK온은 이번 영구채 발행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 9046억 원에서 올해 3월 15조 5917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 166.4%에서 188.2%로 높아졌다.
영구채 발행 이후 유동성 확보도 용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정된 SK온의 시설투자(CAPEX) 자금 조달 규모는 7조 5000억 원 수준이다.
SK온은 최근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 부사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도 나서고 있다. 성 부사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등 자동차 업계에 30년가량 몸담은 전문가로 지난해 8월 SK온에 합류했다. 그러나 포드의 전기차 판매 감소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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