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한국 기관투자가의 미국과 유럽 시장 사모대출(은행 외 기관의 기업 대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모대출은 안정적으로 10%대 수익률을 안겨주는 투자자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블랙록 주최로 열린 ‘2024년 글로벌 프라이빗마켓 동향과 투자 동향’ 라운드 테이블에서 스테판 카롱 블랙록 유럽 사모대출 투자대표는 “최근 한국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보면 포트폴리오 내 사모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며 “주식·채권 등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위험 분산 효과가 큰 데다 10%대 높은 수익률을 매력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카롱 대표는 “현재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를 1조 7000억 달러(약 2362조 원)로 추산한다”며 “4년 뒤인 2028년에는 두 배 이상인 3조 5000억 달러(약 486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 내 사모대출 비중이 5.7%에서 수년 내 7%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모대출은 미국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급격히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필 쳉 블랙록 북미 사모대출 공동대표 및 TCP캐피털 회장은 “고금리 상황에 위험 관리가 필요한 은행의 기업 대출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사모대출을 찾는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며 “기업 측면에서도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보다는 한 기관에 조금 더 높은 금리를 내더라도 큰 금액을 보다 융통성 있는 조건으로 조달 받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기업의 현금 창출 여력, 사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선순위 대출을 제공한다.
블랙록은 사모대출 시장의 확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진단했다. 조지 말테조스 블랙록 대체투자 아시아태평양지역 세일즈 대표는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이 은행 등 전통적인 방식에서 사모대출 등 다양한 통로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은 고령화, 신흥국은 밀레니얼의 부상 등 인구구조적 변화와 인공지능(AI) 투자 증대 등 대규모 자금 수요가 잇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모자산 투자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는 물론 수익률도 상장 자산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세컨더리 시장도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사 선 블랙록 세컨더리 및 유동성 솔루션(SLS) 공동대표는 “지난해 세컨더리 시장 규모는 1150억 달러(약 160조 원)였지만 올해는 최대 20% 늘어난 1500억 달러(약 20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근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한 자산을 유동화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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