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안보 지형이 흔들리면서 무역구조 분절화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됨에 따라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우선하는 한국 역시 중국과의 거리 두기를 강요받는 형국이다.
27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오픈AI가 중국에 대한 서비스 중단을 밝힌 이후 중국에서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룽성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연구원은 “오픈AI의 최근 접속 제한 결정은 (미국) 자국의 이익과 시장 경쟁력을 지키려는 조치일 수 있다”며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중국과 전략 경쟁에서 일반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이 반도체 칩을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및 수출 등을 제한하는 규정을 내놓는 가운데 오픈AI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 허용된 서비스를 중국에만 차단하고 나선 셈이다. 중국의 산업 발전이 고도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자국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자유무역주의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로, 미국과 EU는 최근 잇따라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이렇게 ‘과잉생산’한 중국 전기차가 자국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디커플링이나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붕괴는 특정 국가나 지역 내에서 무역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생산하는 것에 비해 거래 비용 상승, 글로벌 인플레이션 촉발 등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럼에도 동맹국끼리 손잡고 세계무역의 분절화에 나서는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국경 폐쇄를 경험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만큼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되자 향후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천문학적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최근 서방의 이런 움직임을 겨냥해 “디커플링이라는 퇴행적인 행동은 전체적인 파이를 줄이는 파괴적인 나선형으로 세계를 끌어들일 뿐”이라며 미국과 서방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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