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사업 ‘리밸런싱’을 예고한 SK그룹이 투자 회사들간 중복을 줄이는 방향의 ‘리빌딩’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 ‘투자전문 회사’를 만드는 한편 자본을 확충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취지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현재 3곳인 투자 회사를 합치거나 기능을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는 지주사인 SK㈜를 포함해 SK스퀘어와 SK네트웍스가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업무를 주도하고 있다. 투자 역량이 가장 큰 SK㈜는 유지하고 일각에서 SK스퀘어가 자산 규모가 작은 SK네트웍스 지분을 매입해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스퀘어와 SK네트웍스는 지주사인 SK㈜가 최대 주주로 각각 30.6%와 43.9%의 주식을 보유 중이며 중간 지주사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11번가·티맵 등 20곳이 넘는 투자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운영 중인 워커힐 호텔은 물론 SK스피드메이트·SK트레이딩·SK매직·민팃 등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SK가 200개 넘는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결정을 통해 실적 부진을 타파하려 한다”며 “AI·반도체 등 신사업 투자라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양사 간 합병도 같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SK스퀘어와 SK네트웍스는 보유 중인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자회사인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물적 분할한 SK스피드메이트의 매각설도 나온다. SK스퀘어 역시 주력인 SK하이닉스를 제외한 투자사들 중 일부는 매각을 적극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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