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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인생을 살면서 그리는 세 개의 그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올해로 104세이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최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라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말했다. 60대는 제2의 출발이니 독서로 대변되는 공부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또 놀지 말고 일하며 그동안 하지 못한 취미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학을 연구하는 정희원 아산병원 교수는 60대에 접어드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년기에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정력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설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노인이 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김 명예교수를 비롯해 극동방송을 이끌고 있는 김장환 목사, 그리고 지난해 대학 축제에서 말춤을 추시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이길여 가천대 총장 등은 모두 90세를 넘겼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들이다. ‘영원한 청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100세 언저리에서도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이분들의 공통점은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정년이 되기도 전에 노인처럼 행동하는 분들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분들은 대체로 “30년을 넘게 일했으니 이제 편히 쉬고 싶다”거나 “내가 왕년에 무엇무엇을 했다”며 과거를 반추하는 특징이 있다.

결국 우리는 인생을 살며 세 개의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90세를 기준으로 유년·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는 첫 30년, 직장을 다니며 사회 생활을 하는 두 번째 30년, 그리고 노년으로써의 30년이다. 각 30년마다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셈이다. 첫 번째 그림은 부모님이 그린 밑그림에 내가 색을 칠한다. 필자의 경우 농촌에서 태어나 초·중등학교를 다니고 강원도에서 군 생활을 한, 아마도 농촌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가 될 것 같다. 두 번째 그림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공직을 시작해 과천·계동, 그리고 세종시에서 보건과 복지를 담당한, 도시 배경의 풍속화일 듯하다.



이제 마지막 그림을 채울 빈 도화지를 앞에 두고 있다. 과연 어디를 배경으로, 어떤 주제로 그려야 할지 고민스럽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세금을 받기보다 세금을 내는, 꾸준히 일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를 바란다. 김홍신 작가도 “일이 없어 놀아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호서대를 설립한 고(故) 강석규 총장님의 일화를 소개한다.

“나는 65세 퇴직 후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죽기만 기다려왔다. 30년이 지난 95세, 돌이켜보니 그때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어학 공부를 시작하려 한다. 그 이유는 10년 후 105세가 되었을 때 95세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강 총장은 103세까지 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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