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위법적인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을 운용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한 증권사들에 중징계를 결정했다. 증권사들은 대형 법인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소위 ‘채권 돌려막기’로 손익을 다른 고객들에 수천억 원씩 전가하는 위법적 영업 관행을 지속한 것으로 적발됐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증권과 하나증권에 일부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 양사 운용 담당 임직원은 중징계가 결정됐다. 이홍구 KB증권 대표를 포함한 감독자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조치했다.
채권형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대 1 계약을 맺고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 금융상품으로 법인 고객의 단기자금 운용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다만 2022년 10월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하자 장단기 자금간 운용 불일치가 발생하자 환매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문제가 터졌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에 고객 투자 손실을 회사 고유자산으로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검사에 나선 바 있다. 손실 전가액은 증권사별로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검사 결과 증권사들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투자 손실을 제3자에 전가하더라도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는 랩·신탁 상품의 만기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렵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고가 매수하면서 이익을 보전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일정 이익을 사후 제공하는 건 불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KB·유진·미래에셋·NH·하나·한국투자·교보·유안타·SK증권 등 9개 증권사와 증권사 운용역 30여명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수사 기관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KB증권과 하나증권 제재를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제재심을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결과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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