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원들의 난임 치료비 지원, 출생 장려금 제공, 육아 근로시간 단축 등 출산부터 육아까지 회사 측이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성 임직원들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 위해 육아퇴직제도도 잇달아 도입하고 있어 부러움마저 사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기존에 지급해오던 출생 장려금 규모를 대폭 늘린다. 첫째 자녀 출산 시 지원액을 기존 8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늘린다. 둘째와 셋째 출산 시에도 기존 100만 원, 300만 원 지급하던 것을 각각 1500만 원, 2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한다. 국가적 위기인 저출생 극복에 앞장서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연봉이 1000만 원 오른 적도 없는데 장려금이 대폭 늘어 직원들이 고무된 분위기”라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애를 하나 더 낳아야 하나’라는 말을 꺼낼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은행은 이외에 난임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도 20일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출산 격려금과 더불어 워킹맘을 위한 단축근로제 ‘맘 투게더’ 등을 운영한다.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들 중 희망하는 직원들에게는 1년간 오후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급여는 50%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노사 공동으로 임직원 저출생 문제 극복 및 출산 장려를 위한 ‘출산장려 TF’도 구성해 출산과 육아에 걸림돌이 되는 ‘손톱 밑 가시’를 찾아내 없애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을 발굴하기로 했다.
은행 직원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퇴직제도를 도입하는 은행들도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대표적이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중에서 가장 먼저 육아퇴직제도를 도입했다. 3년 후 재채용 조건으로 육아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올 1월 45명이 육아퇴직했다. 육아휴직 2년과 육아퇴직 3년을 모두 사용할 경우 최대 5년의 육아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녀를 둔 직원은 이 제도를 통해 육아를 위한 충분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어 경력단절 우려도 해소된다”며 “재채용 시 퇴직 직전 직급으로 복귀해 직장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으며 해당 업무에 이미 숙련된 만큼 급여 감소 등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해부터 육아퇴직제도를 도입했다. 3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 중 자녀의 나이가 만 7세 이하인 경우(장애인 자녀는 만 13세 이하까지) 육아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퇴사 2년 6개월 뒤 퇴직 전 직급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고 인사평가와 연수 이력 등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재직 기간 중 1회만 신청할 수 있고 부부 직원의 경우 부모 중 1인만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직원 소개팅 프로그램 ‘슈퍼쏠로’를 기획해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남녀 직원 각각 4명이 4월 제주도에서 진행된 촬영에 참가했으며 커플 성사 여부가 곧 공개될 예정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나는솔로는 안 챙겨봐도 슈퍼쏠로는 챙겨본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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