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 제당업계도 백기를 들고 설탕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다음달 1일부터 기업 간 거래(B2B)로 판매되는 설탕값을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빵, 아이스크림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다.
28일 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은 다음 달 1일부터 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양사(145990)와 대한제당(001790)도 다음 달부터 B2B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할 예정이다. 업체별로 인하율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4%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설탕 시장에서 B2B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상회하는 만큼 이번 가격 인하에 따른 효과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대한제당 인천제당공장을 찾아 원당 국제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제 가격 하락분이 국내 제품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그동안 제당업계는 지난해 국제 원당 가격이 높을 때 구매한 물량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탕 가격 인하에 난색을 표했으나 정부 압박이 지속되자 결국 손을 든 것이다. 통상적으로 제당업계는 4~5개월 분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 제품을 생산한다. 설탕 원재료인 국제 원당 가격은 지난 2022년 6월 파운드당 18.3센트에서 지난해 11월 27.2센트까지 올랐다가 점차 하락해 올해 5월 18.73센트까지 떨어졌다. 이달 26일 기준으로는 19.24센트로 소폭 오른 상태다.
제당업계의 설탕 가격 인하 결정에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설탕이 들어가는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영업 이익을 포기하고 설탕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며 “B2C 가격을 내린 밀가루와 달리 B2B 설탕 가격을 내림에 따라 물가 안정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월부터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설탕 가격 담합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도 이번 설탕 가격 인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한다. 농식품부가 수시로 식품업계를 호출해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데다 공정위까지 가세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 공세를 이어가자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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