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최근까지 인기를 끌었던 와인과 위스키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고 있다. 주류업계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전까지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던 소주·맥주의 위축과 맞물려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다. 업계는 새로운 주종의 도입이나 해외 시장 공략에 눈을 돌리고 있다.
30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주류 물량은 일제히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와인은 1억 9026만 달러가 수입돼 전년 동기 대비 16.7% 규모가 줄었다. 같은 기간 위스키 수입 금액 역시 9766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11.6% 하락했다.
대표적인 두 수입 주종인 와인과 위스키의 열기가 꺾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팬데믹 기간 가파르게 오르던 이들 품목의 수입 금액은 2022년을 기점으로 와인이 먼저 감소하기 시작했다. 위스키 인기는 1년 더 이어졌지만, 지난해부터 결국 쪼그라들고 있다. 금액 뿐 아니라 수입량조차 올해 1~5월 1만 731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1만 4149톤대비 하락세다. 위스키 원액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의 인기를 타고 저가 제품의 수입만큼은 당분간 증가할 것이란 업계의 기대와는 다른 현상이다.
국내 주류 소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주와 맥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인용한 마켓링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소매점에서의 소주 매출은 2021년 2조 4277억 원에서 지난해 2조 3515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맥주도 4조 2462억 원에서 3조 9297억 원으로 규모가 작아졌다.
이런 현상에는 주류 문화의 변화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나마 와인과 위스키는 팬데믹 기간 집에서 주류를 즐기는 ‘홈술’ 트렌드 영향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유행마저도 꺾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류업체들은 생존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선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공략하는 ‘핀셋’ 전략이 핵심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제로’를 앞세워 비알코올 주류 시장을 공략중이다. 7월 개막을 앞둔 파리올림픽의 공식 글로벌 파트너로 선정됐다는 점이 마케팅 요소다.
수입사들은 와인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낯설지만 새로운’ 주종을 들이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특히 데낄라와 꼬냑을 포함한 ‘리큐르’가 새롭게 인기를 끌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100만원 대 프리미엄 데낄라 ‘코모스’를 국내에 들였다. 국순당도 세계적인 모델 캔달 제너가 내놓은 ‘818데낄라’를 올해 초 한국에 론칭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돈 훌리오 1942’를 출시한 바 있다.
국산 소주는 성장 한계에 다다른 내수 시장 대신 해외를 공략하고 있다. 올해 4월 출시된 롯데칠성 ‘새로 살구’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수출되기 위해 바다를 건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타이빈 성에 수출용 과일소주 공장까지 짓고 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일 소주는 쓴 맛을 낯설어하는 해외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유리한 전략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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