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기존과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투자자의 예치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 고유 자산과 이용자 예치금을 분리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거래소가 파산하거나 해킹당해도 투자자의 예치금은 모두 보호된다. 아울러 투자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준비금을 적립하거나 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30일 가상자산법에 따르면 이용자의 예치금은 거래소 고유 자산과 분리해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별도 신탁해야 한다. 신탁된 예치금은 이용자에게 우선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하더라도 이용자는 예치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2022년 글로벌 3위권 대형 거래소 FTX 파산 사태와 같은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과거와 달리 예치금에 대한 이자도 지급한다. 예치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가상자산법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물론 예치금은 국채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에 대한 보호도 강화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가 위탁한 가상자산의 80%를 인터넷과 분리된 가상자산 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핫월렛(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에 보관한 가상자산 가치의 5% 이상에 대해서는 보험·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다만 증권사가 파산해도 예탁결제원에 맡겨둔 주식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수준의 안전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 역시 한층 강화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할 의무가 있다. 이상거래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경우, 가상자산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보도 등이 있는 경우다.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 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최대 무기징역의 처벌이 가능해진다.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 수준을 결정하는 부당이득의 산정 방식도 실현 이익, 미실현 이익, 회피 손실액 등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범죄수익 등 불법 재산과 관련 있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최대 6개월까지 입출금 차단이 가능해진다. 이 외에도 가상자산 정책 및 제도에 관한 사항 자문을 위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상시 대응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자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기준을 못 맞추는 일부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잇달아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것. 지난달 코인빗·한빗코·캐셔레스트 등 10여 곳이 영업을 종료했거나 종료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한 규제를 지킬 수 없는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자연 퇴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탄탄한 기초 체력과 투자자 보호 능력을 갖춘 사업자들만 살아남으면 결국 시장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