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까지 떨어졌지만 불안한 환율과 미국 대통령 선거 이슈에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내수가 나빠지면서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하는 흐름에도 커지는 외부 변수에 기준금리를 쉽게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차로 미 대통령 선거가 있는 11월 전후까지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4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2.4%)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2%로 한은의 물가 목표치(2%)에 근접했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8%로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인플레이션은 잦아들고 있지만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슈퍼 엔저 △요동치는 미 채권금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90.1원을 찍으면서 1400원을 눈앞에 뒀다. 슈퍼 엔저 현상은 더 심화하고 있다. 1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61.72엔까지 치솟아 1986년 12월 이후 최고(엔화 가치 최저) 수준을 또다시 경신했다. 원화는 위안화와 엔화의 대리(proxy) 통화로 여겨져 이들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경쟁력도 낮춘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확률이 올라간 데 따른 미 국채금리 상승도 문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연 4.462%로 TV 토론 이후 0.2%포인트가량 뛰었다. 미 국채금리는 앞으로도 상방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 경우 ‘미 국채금리 상승→국채 투자 수요 증가→달러화 강세→원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원·달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물가는 하락하겠지만 앞으로는 환율 같은 대외 문제가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엔화 약세까지 겹쳐 금리정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