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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대는 '국립' 전남도 산하기관 아니다…하늘이 두 쪽 나도 전남권 의대 공모 불가능[서경X파일]

10억 예산 '공모·추천' 용역이면 혈세 낭비

정부 허락 없이 공모 참여하면 책임은 누가

코로나 보다 빨리 번지는 전남도 불신 여론

경북 사례 보니…이철우 지사 정치력 눈길

전라남도 31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라남도사회단체연합회는 지난 3일 전라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순천대의 전남도 공모 참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사회단체협의회




지난 6월 18일 전남 순천시 홈플러스 사거리에서 왕조1동 직능단체 200여명이 행정불신에 따른 전남도 의대 공모 철회를 요구하는 거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왕조1동 직능단체협의회


#3년 전 목포대 위한 용역 있는데, 왜? 또?

34년 간절한 전남도민들의 염원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해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모 방식. 동(순천)·서(목포) 둘 중 한 곳을 정하기 위해 전남도는 용역기관을 선정하고 계약을 마무리했다. 용역을 주관할 기관으로 글로벌 컨설팅사인 에이티커니코리아와 대형 로펌 지평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계약체결까 완료했다. 계약 기간은 11월 말까지로 용역비는 9억 5800만 원이다.

이 막대한 예산은 유용하게 쓰일까. 전남도 입장에서 이 예산이 혈세 낭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모·추천’이라는 명목을 빼고 목포대를 위한 용역이라고 못 박아야 한다. 순천(순천대)의 공모 참여 가능성은 다시 한번 되풀이하지만 하늘이 두 쪽이 날 지라도 ‘절대 불가’다.

이미 전남도는 지난 2021년 사실상 목포대를 염두한 2억 7000만 원 용역문서가 있는데도 또 다시 웃돈을 주고서 용역비를 지급하는 절차가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3일 오후 순천대학교 정문 앞에서 순천시의회 서선란 의원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민주당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지역위원회


#의대용역 계약 파멸 급행열차 출발

이에 전남도는 공모 참여를 위해 순천대를 적극 설득한다고 했는데, 시간은 촉박하다. 공모가 이뤄지려면 순천대와 목포대 두 대학이 늦어도 8월 중순까지는 응모해야 한다. 용역기관 심사를 거쳐 10월 말까지는 의대 설립 대학을 정부에 추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득할 시간이 흘러 넘쳐 나더라도 순천대는 요지부동일 수 밖에 없다. 전남도 행정불신에 따른 이유도 있지만, 이제는 여론이 가만있지 않고 있다. 단순히 순천대 뿐만 아닌 순천시, 국회의원 등 정치권, 시민단체에 동부권 일대 주민까지 나서며 공모에 응하지 않겠다고 전남도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동부권 전역에서 코로나19 보다 더욱 빠르게 번지고 있는 공모 반대 여론에, 특히 최근 민선8기 여론조사에서도 노관규 순천시장을 향한 순천시민 10명 중 8명이 “일 잘한다”고 압도적 지지를 보낸 만큼 전남권 의대 신설(순천대)을 위한 추진 동력에 가속엔진까지 달아 버렸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순천시민들은 가장 큰 현안으로 단연 ‘의대 유치’를 꼽기도 했다. 노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용역 계약 파멸 급행열차가 출발했다”고 직격했다.

김영록(왼쪽 세번째) 전남도지사가 지난 5월 14일 보성 다비치 콘도에서 열린 ‘전라남도 국립의대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 국립의대 설립 포럼’에서 의대 신설 상생·화합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정부가 전남도에 권한을? 귀띔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전남도의 압박은 상당하다. 의대 설립과 관련해 순천시는 직접 당사자는 아니라며 순천대에게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순천대가 공모에 반대하려면 전남도에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의대 설립이 가능한 지에 대해 정부에 직접 질문을 해서 확답을 받아 제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순천대 입장도 난감(?)하다. 전남도는 자신들의 상급기관도 아니고 법적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순천대는 ‘국립’ 순천대다. 국립이라는 것은 전남도가 아닌 정부의 감시를 받는 교육기관이다. 정부로부터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해 순천대가 전남도의 공모에 참여하라는 공문은커녕 귀띔도 받지 못했다. 혹시나 전남권 의대 공모를 위해 순천대에서 예산이 투입된다면, 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거나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박병희 국립순천대 의과대학설립추진단 단장은 “아직 의대 신설 조차 거론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권한도 없는 전남도에게 추천 권한을 줬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순천대가 전남도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방침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국립’ 순천대이기 때문이다. 이어 박 단장은 “전남권 의대 신설에 따른 공모 참여는 이치도 맞지 않고 명분도 없는데 출장비 등 여기에 쓰여지는 비용은 물론 그 책임과 비난을 전남도가 대신 받을 것도 아니지 않냐”라며 “순천대는 의대 신설과 관련해서는 전남도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는 산하기관도 아니고, 이래라 저래라(전남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민심도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그동안 서울경제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전남도 공모방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파국이 눈앞에 보이는 지금, 전남도는 공모 참여 압박이 아닌 참모진 재정비와 함께 하루빨리 플랜B 가동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1일 의대 신설과 관련해 포스텍 연구 중심 의대(정원 50명), 안동대 국립의대(정원 100명)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대통령실, 보건복지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의대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는데, 이를 해소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후일담과 정치력은 높이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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