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공급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빅테크 제조사들이 다량의 중소형 OLED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8.6세대 패널 등 관련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4일 관세청 한국무역통계 정보포털(TRASS)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충남 아산에서 베트남으로 수출된 노트북, 태블릿 PC용 OLED 패널(HS코드:8524121000)의 수출액은 1억 5047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했던 수출액(255만 달러)보다 59배가 늘었다.
충남 아산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의 주요 생산기지다. 베트남에는 아산에서 생산한 OLED 패널을 디스플레이 모듈 형태로 조립하는 생산 라인이 있다. 두 지점 간의 수출액 증가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생산량이 크게 늘어났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IT 기기용 OLED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로 애플의 아이패드용 OLED 공급이 꼽힌다. 애플은 올해 출시되는 ‘아이패드 프로’ 모델부터 11인치·13인치 OLED 패널을 첫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LG디스플레이가 아이패드 OLED 물량의 65%, 삼성디스플레이는 35%가량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DSCC가 지난달 냈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 비율이 50%로 증가했고, TRASS의 수치에서도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확인되면서 회사가 애플의 중요한 아이패드용 OLED 파트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 시장에서는 55%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T 기기용 OLED 시장의 잠재력까지 확인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분야의 패널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8.6세대 IT 기기용 OLED 분야에 2026년까지 4조 1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000만 개의 노트북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8.6세대 투자 외에도 기존에 있던 6세대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하는 설비 일부를 IT 기기용 OLED 라인으로 개조하기 위해 협력사와 장비 반입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표한 베트남 거점 투자에도 IT 기기용 OLED 설비투자가 포함된 것으로 예측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일 한국을 방문했던 팜민찐 베트남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을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모듈 생산기지로 개발하기 위해 3년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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