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의 뇌 혈류량이 연령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ADHD 아동의 뇌기능 변화가 만 7~8세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이 시기 ADHD 증상이 발현되거나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김붕년 소아정신과 교수와 손철호 영상의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동맥스핀라벨링 관류자기공명영상(ASL-MRI)을 이용해 ADHD 아동과 정상 아동의 뇌 활동 발달 경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ADHD는 학령 전기와 학령기 아동의 5~10%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 중 하나다. 산만함과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거나 지속적인 주의력이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아직까지 ADHD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뇌 발달 관련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선행 연구들은 ADHD 아동의 뇌 부피와 구조적 차이점을 밝히는 데 집중돼 있었다. 나이에 따른 뇌 기능의 동적 변화를 조사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실정이다.
연구팀은 ADHD 아동 157명과 정상 아동 109명을 만 6~7세, 만 8~9세, 만 10~12세의 세 그룹으로 나눠 MRI 를 분석했다. 뇌 혈류 측정은 영상에서 동맥 내 혈액의 물 분자를 추적해 국소적으로 뇌 혈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방사선 노출 없이 뇌의 혈류 동역학을 시각화할 수 있어 어린이 대상으로 시행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ADHD 그룹은 정상 그룹보다 좌측 위쪽 측두엽과 우측 중간 전두엽의 뇌 혈류량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뇌에서 주의력과 실행기능 등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부위다. 이 영역의 혈류가 감소했다는 것은 ADHD 아동이 주의력 결핍과 실행 기능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만 6~7세에는 ADHD 동반 여부에 따른 뇌 혈류량 차이가 없었다. 반면 만 8~9세, 10~12세 그룹에서는 ADHD 아동과 정상 아동 간 뇌 혈류량 차이가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만 8~9세 ADHD 아동은 동일 연령의 정상 아동과 비교해 좌측 중간 전두엽의 혈류량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이 부위는 주로 운동기능에 관여하는 좌측 중심후회 및 실행 기능과 연관된 영역이다. 이 연령대의 ADHD 아동이 집중력과 실행 기능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 10~12세에는 시각적 정보처리나 공간인지 능력에 관련된 좌측 위쪽 후두엽의 혈류량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ADHD 아동의 뇌 발달 경로가 정상 아동과 다르며 만 7~8세에 바뀐 뇌 혈류가 이후에도 고정되기 때문에 치료 골든타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향후 ASL-MRI를 활용해 뇌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ADHD 아동의 기능적 뇌 발달이 정상 아동과 뚜렷하게 다르게 진행되는 변곡점을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ADHD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나이에 따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 개발사업 뇌질환극복사업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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