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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가 붙어 다투다 피해자가 크게 다친다면 [법조 새내기의 판사체험]

⑤상해

80대 이웃 뒤로 넘어져 전치 8주 상해

재판부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 선고

“피해자 폭행 대항 위해 범행 저질러”






<편집자주>

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양형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이 직접 판사를 체험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려운 양형절차를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이에 새내기 법조기자로서 직접 선고를 해보면서 독자분들과 함께 양형 판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A씨는 늦은 밤 주차문제로 다투다 80대 피해자가 뒤로 넘어져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혔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최근 국내 한 코스닥 상장사인 중견기업 회장이 언론에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택에서 아내 머리를 와인병으로 때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는 다소 황당한 기사였습니다. 이웃을 배로 밀쳐 넘어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폭행이 아닌 상해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상해죄는 타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범죄입니다. 대검찰청이 발행한 2023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상해·중상해로 접수된 사건 수는 2022년 기준 3만 5261건이고 이중 기소된 수는 1만 6644건입니다. 최근 5년 기소된 사건 수로 보면 △2만 5026건(2018년) △2만 2939건(2019년) △2만 2607건(2020년) △1만 7494건(2021년)입니다. 평균 2만 건 이상 기소가 되는 셈입니다. 형법 제257조 제1항(상해)에서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면 양형기준 판단이 들어가는 상태에서 실제 상해 사건에서는 형량이 얼마나 나오는 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월 10일 자정 경 서울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80대)와 지정주차 문제로 다투다가 피해자로부터 폭행을 당하자,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잡고 달려가며 밀어 뒤로 넘어뜨려 머리를 크게 다치게 했다. 피해자는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A씨를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검사는 A씨가 피해자를 밀고 나간 점에서 상해의 고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7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상해 사례를 선택해 판사 체험을 진행했습니다. 사건 영상에서 폭행의 시작이 피해자로부터 시작된 점이 바로 눈에 보였습니다. 범행동기가 우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해자가 고령인 점, 의식 회복을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최초 선고로 골랐습니다.

A씨 변호인은 상해의 고의가 없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변호인은 “당시 피해자가 쓰러진 건 A씨가 얼굴을 폭행당해 안경이 벗겨지면서 시야가 확보 안돼 당황해서 그랬다”고 변론했습니다. 오히려 먼저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시 고령인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성 흥분상태였다”면서 “사고직후 응급처치를 하는 등 모든 조치를 다했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 측은 상해의 고의성과 피해자가 중상으로 인해 일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점으로 변호인 측 변론을 반박했습니다. “피해자를 밀고 나가는 건 상해의 고의성이 있다”며 “고령의 피해자는 뇌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사는 최종 의견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전치 8주의 중한 상해를 입혔다”며 “불행한 사고로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장애를 얻었고 재산적 피해를 입었다”고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변호인은 “당시 A씨는 피해자의 폭행으로 시야가 흐려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며 “사고 직후 응급조치를 했고 피고인에게 사과를 하고 합의를 했다”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양형과 법정공방 등을 종합해 징역 2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양측의 법정공방이 끝나고 선고를 하기 전 양형기준을 살펴봤습니다. 일반 상해의 경우 △감경 2개월~10개월 △기본 4개월~1년 6개월 △가중 6개월~2년 6개월입니다. 피해자에게 범행의 발생 또는 책임이 있는 경우, 미필적 고의로 상해행위를 저지른 경우, 처벌불원 등을 이유로 삼아 감경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범행 시작이 피해자로부터 였다는 점과 A씨도 전치 2주를 상해를 입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징역 2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최종 선고로 판단했습니다. 실제 법원은 어떤 결과를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아울러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뇌 부분에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도 “피해자의 폭행에 대항하기 위해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과 미필적 고의로 보이는 점을 감경요소로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공판과정에서 피해자와 합의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사진=대법원 양형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이 판결은 특별조정된 감경영역에 속해 권고형 범위가 1개월~10개월로 정해졌습니다.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범위의 특별조정을 보면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감경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감경인자만 2개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감경인자가 특별가중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하한을 1/2까지 감경합니다. 일반 상해죄의 양형 감경 기준이 2개월~10개월입니다. 따라서 범위의 하한인 2개월의 절반인 1개월이 이번 권고형의 범위가 된 것입니다.

A씨는 사회봉사 80시간도 받게 됐습니다. 이는 형법 제62조의 2항을 따라 나오게 된 명령입니다. 이 법조문에 따르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는 보고관찰을 받을 것을 명하거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상해죄는 폭행죄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상해죄는 폭행죄와 유사할 수 있지만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불법적으로 유형력(구타, 몸싸움 등)을 행사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폭행으로 반드시 상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해죄는 직접 침해가 있어야만 성립이 된다는 점에서 미수에 그쳐도 처벌을 받지만, 폭행죄는 미수일 경우 처벌이 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건이 종결됩니다. 하지만 상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도 형법에 따라 처벌이 가해집니다. A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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