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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투자했다가”…공제회들 2200억 원 날렸다 [시그널]

美·EU빌딩 손실에 기한이익상실

2026년까지 兆단위 날아갈 위기

저금리 시절 2017~2020년 투자 집중

보다 높은 수익률 기대하고 후순위로도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만기 몰려있어

공모펀드는 이미 독일 트리아논 등 부실

미국 뉴욕 맨해튼 전경. AP연합뉴스




7대 공제회(교직원·군인·경찰·소방·지방재정·지방행정·과학기술인)의 해외 부동산 자산 중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규모가 2200억 원으로 파악됐다. 7대 공제회는 현재 심각한 공실, 가격 급락 위기에 직면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내 상업용 부동산에 집중 투자했는데 대부분 후순위 투자여서 추가 EOD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대 조(兆) 단위의 투자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7대 공제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교직원공제회(2건·1689억 원)와 지방행정공제회(1건·442억 원), 과학기술인공제회(2건·48억 원, 지난해 말 기준) 등 총 3곳에서 2179억 원의 EOD가 발생했다.

EOD는 투자자(채권자)가 운용사(채무자)에 빌려준 자금을 만기 전에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 투자에서는 통상 공실률 확대에 따라 임대료 수입 감소로 대출 원리금을 미지급하거나 자산 가치가 담보인정비율(LTV)의 80~85% 밑으로 하락할 때 투자자가 EOD를 선언한다. 투자자에게 EOD는 최후의 보루다. 이미 손실이 발생한 투자 원금의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손절매’하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자산 부실 폭탄이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7대 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자산은 총 19조 3481억 원으로 총운용 자산(105조 1233억 원) 중 18.4%를 차지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던 당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야 하는 공제회들은 미국과 EU 상업용 부동산이라면 후순위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2026년까지 펀드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데 추가로 EOD를 고려하는 해외 부동산 투자 자산 규모가 최소 조 단위를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7대 공제회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자산 중 2200억 원의 기한이익상실(EOD·디폴트)이 발생한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일 수 있다. 당장 7대 공제회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고 분류한 자산 규모는 총 1조 809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자산은 만기가 일정 기간 남아, 그사이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면 원금 손실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만기 시까지 원금 손실이 지속되고 향후 회복 가능성도 낮다고 점쳐지면 투자자인 공제회는 추가 부실화를 막기 위해 EOD를 결정하게 된다. 공제회별로 편차는 있지만 이들 자산의 절반 이상이 해외 부동산 투자 건이다.



올해부터 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 1조 원 이상의 EOD 발생 가능성도 경고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제회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가 올해부터 2026년까지 집중된 만큼 1조 원 넘는 EOD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별 공제회 기준 위험자산을 보면 교직원공제회가 가장 크다. 교직원공제회가 지난해 말 기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고 분류한 자산 규모는 총 8346억 원(총 11건)이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117억 원(총 6건)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돼 있다. 투자 원금 회수 비율을 보면 대부분이 0~30%대로 저조한 수준이다. 이미 손실을 확정지은 투자 건 중에서도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컸다. 교직원공제회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손실을 확정 지은 자산 3192억 원(6건) 중 2991억 원(5건)도 모두 부동산 관련 투자자산이었다.

군인공제회가 지난해 말 기준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고 분류한 자산 규모는 총 7697억 원(18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주의 등급이 2849억 원(5건), 원금 손실 가능성이 현저히 증대한 집중관리 등급이 4007억 원(8건), 원금 손실이 확정된 별도관리 등급이 841억 원(5건) 등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998억 원이 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고 분류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22년 말 기준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 있는 자산을 1055억 원으로 추산해뒀다. 경찰·소방·지방재정공제회는 원금 손실 가능성 있는 자산이 없다고 밝혔다.

이 원금 손실 위험자산의 상당수가 해외 부동산 관련 투자라 공제회들은 처리 방향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부동산 부실은 이미 현실이 된 데다 재택근무 일상화와 온라인쇼핑 활성화로 단기간 공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부실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일반 개인 고객이 투자자인 공모펀드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해 문제 상황의 실시간 파악이 사모펀드 대비 수월하다.

대표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 부동산펀드(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99호·파생형)’는 지난달 EOD를 선언하고 독일에서 도산 절차를 밟고 있다. 2018년에 산 9000억 원대 빌딩은 가격이 30% 급락해 최악의 경우 국내 투자자는 원금 3700억 원 중 700억 원(손실률 81.1%)만 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9일에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해외 부동산 펀드(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파생형)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며 EOD가 발생했다. 2019년 6월 900억 원이 설정된 펀드다.

짧은 만기도 문제다. 공제회가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집중적으로 했던 시기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17~2020년이다. 통상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5~7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대거 만기가 돌아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에는 안정적인 임대 수익에 자산 가치 상승으로 추가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관투자가 사이 해외 부동산 투자가 붐을 이뤘다”면서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후순위로 들어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좋은 투자처를 선점하기 위해 실사 없이 대행사 등의 설명만 듣고 투자가 집행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파악된 원금 손실 규모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추가 부실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대다수 공제회는 공정가치 평가로 분기별로 자산 가치가 얼마나 상승하고 하락했는지 반영하지만 일부는 장부가 평가를 통해 만기가 도래해 펀드를 청산하기까지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곳도 있다. IB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원이 공제회의 해외 부동산 투자 건을 들여다보는 만큼 감사 후 EOD를 선언하는 곳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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