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유니클로’라고 불리는 쉬인이 8일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국내에 처음 상륙했다. ‘패션 성지’로 부상하면서 오픈런이 일상인 성수동이지만 이날 오전 찾은 팝업 ‘스타일 인 쉬인’ 앞은 한산했다. 정오가 지나서야 고객들이 하나둘씩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근 회사를 다녀 점심시간을 이용해 왔다는 한 모(32) 씨는 “어떤 상품을 파나 궁금해 와봤다”면서 “저렴한 의류가 많지만 디자인이 낯설어 사지는 않았다”고 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와 함께 대표적인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로 꼽히는 쉬인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날 입장시부터 모바일 앱 설치를 유도하는 한편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나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활용한 입소문도 노리고 있다. 쉬인의 한국 법인 설립은 2022년 12월 이뤄졌다. 지난해 8월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마케팅을 시작하더니 올해 6월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쉬인 서브 브랜드인 ‘데이지(Dazy)’의 첫 글로벌 앰배서더로 한국 유명 배우 김유정도 발탁했다. 현재까지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쉬인 관계자는 “향후 행사 계획이 있지만 구체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다 보니 오프라인 상설 매장을 열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쉬인이 국내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알리·테무와 마찬가지로 현재진행형인 가품이나 유해물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날도 매장에서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의 로고를 모방한 니트를 포함해 이른바 ‘짝퉁’ 의류들이 여럿 발견됐다. 해당 니트의 가격은 1만 3400원에 불과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팝업에서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상품을 선별해 선보이기 마련인데 의아하다”면서 “이런 상품들이 브랜드 이름값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얼마나 부합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쉬인 자체브랜드(PB)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팝업에 전시된 상품 대부분의 판매가는 1만 원 미만에 머물렀다. 티셔츠의 경우 값이 6800원인 제품도 있었다. 5만 원 선인 블레이저류 가격이 비싸게 느껴졌을 정도다. 쉬인은 이미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패션 공룡’으로 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쉬인이 지난해 150여 개 진출국에서 매출 450억 달러(약 62조 원)와 영업이익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거뒀을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글로벌 제조·유통 일원화(SPA) 브랜드인 자라나 H&M까지 제친 규모다.
업계는 본격화된 중국발 패션 공습이 국내시장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쉬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특히 SPA 브랜드와 패션 전문 플랫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저가 의류는 10대나 20대 초반을 겨냥한 플랫폼에 특히 위협적”이라면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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