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찾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모듈러 주택 건설 현장인 세종시 산울동 6-3 생활권 UR2블록. 거대한 이동식 크레인이 길이 11.3m, 폭 3.3m, 무게 23톤의 육중한 박스를 4층 높이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컨테이너처럼 보이는 이 모듈러 1개가 제 위치에 놓이는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쌓은 모듈러는 1인 가구용인 전용면적 21㎡ 크기이며, 모듈러 2개를 연결하면 전용면적 37㎡의 주택형이 만들어진다. 이 같은 모듈러 575개를 차곡차곡 쌓아 끼운 뒤 고정하면 LH가 계획한 지상 7층, 4개 동, 416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단지가 완성된다. 시공을 맡은 계룡건설의 이건진 소장은 “전북 군산에 위치한 포스코 A&C의 공장에서 벽체, 창호, 배관, 욕실을 포함한 모듈러를 제작한 뒤 세종으로 가져와 조립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LH가 모듈러 주택 사업 확대를 통해 국내 스마트건설을 이끌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사업장을 늘리고 기술 보완을 통해 최고 층수도 20층까지 높여 모듈러 주택 혁신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LH는 8일 경기 의왕 초평지구에 20층·381가구 규모의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 12월 준공을 앞둔 세종 6-3 생활권, 세종 5-1생활권(지상 12층·450가구)에 이어 대규모 고층 모듈러 단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은 건설의 탈현장화(OSC)를 주도하는 건축공법으로, 벽체와 배관·욕실 등을 포함한 개별 주거 공간을 박스 형태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의 80% 이상이 공장에서 이뤄진다. 건설 현장 인력이 갈수록 부족해 지고 있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고 기존 철근콘크리트 공법 대비 약 30% 공사기간 단축이 가능해 해외는 물론 국내 시장도 커지고 있다. LH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지난해 80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6% 성장했다. 민간에서는 GS건설 등이 모듈러 주택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데 공공에서는 LH가 주도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대량 생산 기반 구축이다. 아직은 수요처가 다양하지 않아 생산 단가가 높고 공사비도 기존 공법보다 30% 비싸다. 이한준 LH 사장은 “현재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를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모듈러 주택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공공에서 발주를 늘려 ‘규모의 경제’로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과 함께 ‘PC(Precast Concrete) 공법’ 적용 주택 공급도 늘린다. PC 공법은 기둥·보·벽체 등 콘크리트 핵심 부재를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으로 옮긴 뒤 조립하는 방식이다. LH는 내년까지 모듈러 및 PC 주택을 연 1000가구 이상, 2026년부터 4년 동안은 연간 3000가구를 건설하고 2030년 이후에는 연간 5000가구 이상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층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내화 규제(불에 견디는 정도) 때문에 모듈러 주택 최고 층수가 13층 정도에 머물러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30~50층 이상 주택이 활성화된 것과 대조적이다. 노태극 LH 주거혁신처 스마트하우징사업팀장은 “13층 이상으로 지으면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고층으로 짓기 어려웠다”며 “LH는 고층 기술 확보를 통해 초고층 모듈러 주택 구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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