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단 처방과 피부미용 시술을 도수치료 등으로 둔갑시켜 실손보험금 10억 원을 가로챈 한방병원 의료진과 가짜환자 100여 명이 금융 당국과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병원장은 도수치료 진료기록 발급을 위해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전문의까지 형식적으로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부산경찰청과 공조해 한의사와 전문의, 간호사, 가짜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사기 일당 103명을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기획조사를 실시해 지난해 11월 이번 사건을 부산경찰청에 수사의뢰 했으며, 부산경찰청은 지난달 보험사기 일당 대부분을 검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의사인 병원장 A씨는 본인의 진료 분야가 아닌 도수치료 등으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하기 위해 치매를 앓는 고령의 전문의 B씨를 형식적으로 채용했다. 이후 간호사 C씨에게 B씨의 명의를 이용해 허위의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상담실장 겸 간호사였던 C씨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보험사기를 권유하고 B씨의 명의를 임의로 이용해 가짜환자들에게 도수치료 등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허위의 진료비영수증을 작성·발급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병원에 결제된 금액에 맞춰 보약의 일종인 공진단과 미백·주름개선 등 피부미용 시술 등을 제공하도록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가짜환자 관리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병원 직원들은 가짜환자 이름 옆에 ‘도수치료 대신 에스테틱(피부미용) 진행’ 등의 문구를 별도로 기재해 일반환자와 구분했다. 또한 엑셀파일로 된 도수치료 명부에 ‘공진단 대체-빨간색’, ‘피부미용 대체-파랑색’ 등 보험사기 유형별로 색깔을 구분해 실제 미용시술 일정과 허위 도수치료 일정을 치밀하게 관리했다.
이러한 의료진의 권유에 현혹된 가짜환자는 총 100여 명으로, 이들은 허위 발급된 도수치료 영수증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 10억 원(1인당 평균 1000만 원)을 편취했다. 또한 가짜환자 100여 명에 대한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 연계분석 결과 11명이 가족·지인관계로 추정됐는데 이들 중 5명이 보험설계사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족으로 추정되는 2명은 2차례 같은 기간에 입원한 것으로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실제 병동관리 스케줄상 입원환자 명단에는 존재하지 않아 허위 입원까지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은 올해 초 금감원과 경찰청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경찰청의 보험사기 특별단속 연계를 통해 이뤄낸 성과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 뿐만 아니라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으므로 보험계약자들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을 통해 사회 안전망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선량한 다수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민생침해 금융범죄”라며 “향후에도 보험사기 척결을 위해 경찰과 적극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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