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C&E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약 50년 만에 증시를 떠난다. 재작년 컨티뉴에이션 펀드(기존 자산을 옮겨 담는 펀드)를 결성해 회사를 재인수했던 최대주주 한앤컴퍼니가 경영권 매각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쌍용C&E는 이날을 끝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회사의 전신인 쌍용양회가 1975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한 지 49년 2개월 만이다.
앞서 한앤코는 올 2월부터 한 달간 쌍용C&E 잔여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93%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주식 장내 매입과 포괄적 주식 교환 등을 거쳐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번에 상장폐지를 확정하면서 올해 안으로 매각 물밑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컨티뉴에이션 펀드도 2년이 흘렀다. 이제부터는 원매자들을 찾는 시도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 상장폐지로 기업가치가 시가와 곧장 연동되지 않게 돼 매각 협상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앤코는 2022년 7월 한국 첫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해 쌍용C&E 투자자 교체 작업을 마쳤다. 당시 글로벌 투자사 콜러캐피털을 비롯해 국내외 기관들로부터 15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끌어모았다. 기존 펀드 출자자는 원금 이상을 회수하며 ‘엑시트’해 성공적인 컨티뉴에이션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쌍용C&E를 두고 경영권 투자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기법들을 모두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한앤코가 이 회사를 품은 뒤 동종 기업 인수합병(M&A)과 사업 영역 확장, 비핵심 자산 매각, 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 및 공개매수 등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다양한 운용 방식을 총동원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앤코는 8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1호 펀드를 통해 2012년 시멘트 기업 투자를 시작했다. 그해 5월 법정관리하에 있던 대한시멘트를 3000억 원에 품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 9.34%를 437억 원에 사들였다. 11월에는 유진기업의 광양 슬래그시멘트 공장을 855억 원에 인수했다.
이어 2016년에 산업은행과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쌍용양회 지분을 각각 46%(8800억 원), 32%(4500억 원)씩 차례로 인수하며 이 회사의 지분율을 77.4%까지 확대했다. 2017년에는 대한시멘트 등을 쌍용양회에 흡수시키는 방식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2021년에는 사명을 쌍용C&E(Cement&Environment)로 바꾸고 종합 환경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폐기물 업체인 성광이엔텍과 태봉산업·삼호환경기술 등을 차례로 인수하는 이른바 ‘볼트온’ 투자에 주력했다. 비핵심 자산 매각도 활발히 진행했다. 2017년 쌍용머티리얼과 쌍용에너텍, 2020년 쌍용정보통신, 2023년 쌍용레미콘 등 자회사를 차례로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는 배당으로만 약 1조 원을 회수했는데 회사가 매년 벌어들인 수익에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이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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