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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률보다 시행령 먼저 공포·시행…나사풀린 정부

가상자산법 19일부터 시행인데

시행령은 2일 공포…뒤늦게 정정

정부 "문구 손보다가 실수" 불구

"기초적 법 형식도 못지켜" 지적





정부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령을 법 시행 시기 이전인 2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다가 뒤늦게 이를 정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단순 실수라고 하지만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인가까지 받은 시행령이 기초적인 사항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제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0일 관보에 가상자산법 시행령을 정정한다고 공지했다. 시행령 시행일을 ‘공포한 날’에서 ‘2024년 7월 19일’로 고친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가상자산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한 뒤 이달 2일 이를 공포했다. 당시 관보에는 ‘이 영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었다. 시행령대로면 7월 2일부터 가상자산법 시행령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상위법인 가상자산법은 제정일인 2023년 7월 18일로부터 1년 뒤인 이달 19일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형식상 법률(7월 19일)보다 시행령(7월 2일)이 먼저 시행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금융위와 법제처는 이달 10일에나 시행령을 수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제처 쪽에서 관련 문구를 손보다가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상자산법 시행령 정정이 “터무니없는 실수”라고 입을 모은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령은 법률의 위임 규정을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에 등급이 높은 법률이 시행돼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봤다.



가상자산법 시행령은 국무회의 공식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법령이다.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기초적인 법 형식은 따져봐야 했다는 것이다. 시행령은 ‘입법예고→법제처 심사→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공포’ 등의 순서를 거쳐 제정된다.

특히 가상자산법은 규제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여한 것이 뼈대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법을 보면 가상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을 금융기관에 보관하도록 하는 규정이 들어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파산하면 예치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가상자산거래소에 이상거래를 감시·보고하도록 한 규정도 수록돼 있다. 가상자산 관련 불공정거래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근거도 포함돼 있다. 시행령에는 가상자산 이상거래 유형은 물론이고 불공정거래 행위 부당이득 산정 방식 등을 규정했다.

잘못된 가상자산법 시행령으로 금융 업계에서 문제가 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관가에서는 기초적인 법적 오류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지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입법보다는 시행령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정부 시행령의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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