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피해 비용이 67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폭우 등 기상 요인이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1일 유종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은 한국경제학회에 게재한 논문 ‘한국의 기후변화 경제적 비용 추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기후변화에 별다른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2020년부터 2300년까지 우리나라 경제가 입는 피해의 현재 가치는 약 67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기준으로 분석하면 2035년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비율은 2100년께는 5.2%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기후는 현재도 실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이상저온 현상으로 사과와 배의 출하량이 급감했다. 이에 과일 가격이 올해 상반기 내내 고공 행진하며 신선식품 물가를 끌어올렸다. 사과와 배 가격은 지난달까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3.1%, 139.6% 높은 수준에 거래됐다. 6월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 폭염 일수를 기록한 데다 이달부터 시간당 100㎜를 넘나드는 폭우가 이어지고 있어 이상기후가 식료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후인플레이션’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날씨가 내수 부진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4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건설업 취업자의 평균 취업 시간도 지난해 6월에 비해 0.3시간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부진했던 건설 업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기간 중 폭염이 이어진 탓에 공사를 지속하지 못한 사업장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6월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8.4도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건설업 외 다른 산업군에서도 폭염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업 같은 야외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더위가 심해지면 피해를 보는 업종이 존재한다”며 “제조업 역시 무더위 속에서는 가동을 중지하는 경우가 있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의 매출도 폭염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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