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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아니면 어때…이직 대안으로 떠오른 스타트업

■원티드랩, 사례 2.8만건 분석

대·중견→스타트업 비율 증가

1억 스톡옵션 등 보상도 늘어

MZ직장인 '도전 정신'도 한몫


대기업 직장인들이 이직 대안으로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대기업 못지 않은 처우를 보장하는 스타트업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비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커리어 성장이 가능한 곳을 택하겠다는 2030세대의 가치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1일 서울경제신문이 원티드랩에 의뢰해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2만8000여 건의 이직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 직원 수가 500인 이상인 기업(대기업)의 직장인이 같은 규모의 기업으로 이직한 비중은 2022년 36.8%에서 2023년은 32.9%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직장인이 50인 이하의 기업(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비중은 26.8%에서 30.6%로 늘었다.

중견기업의 상황도 비슷했다. 직원 수 200인 이상 기업에 속한 직장인 중 스타트업에 재취업한 비중은 2022년 28%를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32.2%로 증가했다. 이들이 같은 기간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중은 24%에서 22.8%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스타트업 직장인 중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율은 2022년 9.5%로 집계됐고, 2023년에는 7.4%로 오히려 감소하는 흐름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준하는 연봉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딥테크 등 일부 업종에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것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스타트업 C레벨과 같은 포지션에서 도전적인 업무를 하려는 MZ 직장인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티드랩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업 규모에 따른 연봉과 복지 등 처우 차이가 확연히 났지만, 현재는 과거보다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비중이 개발 직군 외 전 직군에서 고르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실명했다. 이어 “다만 원티드랩에서 파악한 대기업 이직 사례는 주로 IT 및 플랫폼, AI 등의 업종이 대부분이어서 국내 전체 대기업의 평균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에는 연구개발(R&D) 인력이 몰리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 빠른 승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등의 조건이 밀리지 않다 보니 굳이 대기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산업용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서울로보틱스는 최근 개인별 면접 결과에 따라 최대 3억원의 연봉, 1억원 이상의 스톡옵션 등 맞춤형 보상을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다소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가늘고 길게’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다르게 점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6월 20~40대 정규직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이직 트렌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직 이유로 ‘개인적 성장 기회’를 응답한 비율은 31.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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