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오랜 만에 기대를 모았던 코스피가 끝내 2900선을 뚫지 못하고 285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증권사들은 다음 주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는 만큼 2900포인트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일주일 전인 이달 5일 마감 기준 2862.23포인트보다 5.23포인트(0.18) 내린 2857.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847.49에서 850.37로 2.88포인트(0.34%) 상승했다.
코스피는 10일 2867.99, 11일 2891.35 등으로 상승 폭을 키우면서 2900선 돌파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12일 삼성전자(005930)(-3.65%)와 SK하이닉스(000660)(-3.32%)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쏟아지면서 큰 폭 후퇴했다.
8~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1조 4431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각각 3624억 원, 6382억 원을 순매도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코스닥에서는 개인이 4866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외국인이 474억 원 순매수로 거들었다. 반면 기관이 4748억 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이 국회에서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상승 탄력을 받았다. 파월 의장이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고용 지표 둔화를 용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실적 호조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다. 코스피는 상승을 거듭해 2900선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다만 12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한국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둔화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동시에 엔비디아(-5.6%), 애플(-2.3%), 마이크로소프드(-2.5%), 알파벳(-2.8%) 등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간신히 상승 흐름을 탔던 한국 증시도 하루에만 34.35포인트(1.19%) 하락하면서 고꾸라졌다.
투자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가운데 2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 따라 코스피가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2분기 어닝 시즌이 시장 관심을 끌기엔 부족할 수 있겠으나 물가와 통화정책에 이어 실적이 가세하는 투자 환경에서는 7월 미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7월 FOMC를 앞두고 생산, 고용, 물가, 소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 결과를 확인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물가, 통화정책에 머무를 것”이라며 “하지만 7월 미국 증시가 역사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바탕엔 뒤에서 묵묵히 증시를 받쳐주고 있는 실적이 있기에 가능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830~2950포인트로 제시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강화, 2분기 기업 실적 호조 기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재검토를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빅테크 위주 시장 쏠림에 대한 피로도와 경기침체 논란 재점화 가능성 등이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도입 시기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피력해 연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이탈 우려가 완화됐다”며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밸류업 관련 주식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