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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턱·공진단·여유증…보험사기 천태만상

미용시술·공진단 처방이 도수치료 둔갑

의료진·가짜환자 등 103명 검거

허위 교통사고·홀인원보험 사기 등

보험사·GA 설계사 49명 제재





‘보험 사기’가 갈수록 조직화·지능화하고 있다. 병원이 100명이 넘는 가짜 환자를 동원해 허위 공진단 처방·여성형 유방증 수술을 통해 수십억 원 규모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조직적 범죄를 벌이는가 하면, 보험 설계사가 직접 고의 교통사고, 골프 보험 등을 통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빼돌리는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 역시 병원이나 브로커의 솔깃한 제안에 동조·가담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부산경찰청과 공조해 한의사와 전문의, 간호사, 가짜 환자 등으로 구성된 보험 사기 일당 103명을 검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의사인 병원장 A 씨는 본인의 진료 분야가 아닌 도수 치료 등으로 허위 진료 기록을 발급하기 위해 치매를 앓는 고령의 전문의 B 씨를 형식적으로 채용했다. 이후 간호사 C 씨에게 B 씨의 명의를 이용해 허위의 처방·진료 기록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상담실장 겸 간호사였던 C 씨는 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보험 사기를 권유하고 B 씨의 명의를 임의로 이용해 가짜 환자들에게 도수 치료 등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허위의 진료비 영수증을 작성·발급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병원에 결제된 금액에 맞춰 보약의 일종인 공진단과 미백·주름개선 등 피부미용 시술 등을 제공하도록 병원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가짜환자 관리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병원 직원들은 가짜환자 이름 옆에 ‘도수치료 대신 에스테틱(피부미용) 진행’ 등의 문구를 별도로 기재해 일반환자와 구분했다. 또한 엑셀파일로 된 도수치료 명부에 ‘공진단 대체-빨간색’, ‘피부미용 대체-파랑색’ 등 보험 사기 유형별로 색깔을 구분해 실제 미용시술 일정과 허위 도수치료 일정을 치밀하게 관리했다.

이러한 의료진의 권유에 현혹된 가짜환자는 총 100여 명으로, 이들은 허위 발급된 도수치료 영수증 등을 보험회사에 제출해 실손보험금 10억 원(1인당 평균 1000만 원)을 편취했다.

금감원은 “보험 사기를 주도한 병원이나 브로커 뿐만 아니라 제안에 동조·가담한 환자들도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보험계약자들은 보험 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금융 당국과 경찰은 MZ세대 조직폭력배와 보험설계사, 병원이 가짜수술 기록을 발급해 수십억 원의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험 사기에는 수백 명의 가짜환자가 동원됐으며 여성형 유방증, 다한증 등의 허위 수술 기록으로 실손보험금 약 21억 원(1인당 평균 800만 원)을 편취했다.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대형 보험회사와 법인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 40여 명이 허위 진료와 고의 교통사고 등 보험 사기를 벌여 무더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할 경우 회식비 등 지출을 보장해주는 ‘홀인원 보험금’을 타내려 결제 후 승인 취소를 하는 식으로 보험 사기를 벌인 설계사들도 대거 적발됐다.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은 보험 사기에 가담한 보험사·GA 소속 설계사 49명을 대상으로 영업정지(90·180일)와 등록 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내렸다.

제재 대상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신한라이프생명 등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한 보험 설계사는 자녀의 친구가 벤츠 차량을 몰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자 자신이 운전하던 아반떼 차량과 충돌했다고 허위로 사고를 접수해 5000만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빼돌렸다. 또 다른 보험 설계사는 8명과 공모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마치 정상적인 상황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허위로 사고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보험사 2곳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보험금을 현취했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모두 등록 취소 조치를 내렸다.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는 방식으로 보험금을 가로챈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실제 도수 치료를 받지 않은 날짜가 기재된 허위 진료확인서를 발급받는가 하면, 4개 치아에 대해 치조골이식술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진단서에는 각각 다른 날짜에 수술한 것처럼 수술 날짜를 달리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수령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골프장 라운드 중 홀인원을 한 것을 기회로 허위 결제한 뒤 승인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보험금 수백만 원을 타낸 사례도 여럿 있었다. 보험사들은 홀인원 시 회식비나 음료비, 캐디 축하금을 내는 이른바 ‘홀인원 턱’ 비용을 보장해주는 골프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악용한 것이다.

에이플러스에셋·프라임에셋·씨앤에이치에셋 등 20곳이 넘는 GA 소속 설계사들에게도 무더기 제재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씨앤에이치에셋 대표이사는 허위 신용카드 영수증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80만 원을 편취해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받았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일정 기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 설계사들이 병원 등과 연계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적극 조사에 나서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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