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 24개 가운데 19개 노선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5개 노선을 제외하고 모든 노선에서 기차가 달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지난해 코레일 노선별 영업계수 자료에 따르면 영업적자를 낸 코레일 노선은 24개 중 19개에 달했다. 영업계수는 노선 운용에 드는 비용을 수익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영업손실(적자)을 본 것이고 이하면 영업이익(흑자)이 발생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부내륙선 영업계수가 792.9, 정선선은 705.6으로 손실이 가장 컸다. 쉽게 말해 100원을 벌기 위해 700원 이상을 썼다는 얘기다. 적자가 큰 노선은 △충북선(572.9) △장항선(227.6) △중앙선(194.6) 등이었다. 수익을 낸 곳은 경부선(88.3)과 안산선(92.4), 서해선(93.6), 경북선(96.5), 강릉선(97.6)등 5곳에 그쳤다.
경제적 셈법으로만 보면 중부내륙선과 정선선 등은 운행할수록 손실이 난다. 하지만 국가 기간망인 철도를 쉽게 폐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코레일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코레일은 4415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3969억 원)보다 적자 폭이 446억 원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코레일 부채는 20조 4000억 원으로 이자 비용이 3619억 원에 달했다. 하루 이자만 약 10억 원을 쓴 꼴이다.
전문가들은 코레일의 요금 정상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철도 운임은 2011년 12월 이후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현재 KTX 요금을 100원이라고 할 때 일본의 신칸센은 148원, 프랑스 TGV 234원, 독일 ICE는 305원 등으로 우리보다 23~68%가량 비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KTX 운임료는 묶어 놓은 데다 공공성을 이유로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노선의 비용 부담은 공공기관에 떠넘긴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KTX청룡 같은 새 열차 중심으로 요금을 일부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KTX청룡이 새로 운행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신차에 대한 운임만이라도 올려 차별화시킬 수 있다”며 “노선과 이용 횟수에 따라 할인 혜택을 높이는 방식으로 인상 부담을 해소하는 등 요금 차별화를 통해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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