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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과도한 다주택자 규제가 시장 왜곡…종부세 누진율 대폭 완화해야”

◆김경환 서강대 명예교수(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 회장)

각종 세금·대출 규제로 집값 잡기 부작용, 前정부서 확인

주택 정책은 가격 개입보다 주거 수준 향상에 중점 둬야

다주택자 옥죄는 규제들, 소형 임대 공급 급감 초래 우려

종부세, 폐지 최선이나 ‘주택가액 기준’ 형평성 제고해야

김경환 서강대 명예교수가 15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다주택자·재건축 규제 등 수요 억제 중심 주택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권욱 기자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종부세 폐지 방침을 밝혀온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개편의 필요성을 거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 회장인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주택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종부세 폐지가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폐지하는 게 불가능하면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종부세를 매기되 누진율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주택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주택정책의 목표를 ‘집값 잡기’로 삼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은 역대 정부 정책에서 드러났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집에 살 수 있도록 민간에서 제대로 공급할 수 있게 정부가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혼부부·청년·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 주거 급여 등 주거 복지도 주택정책의 양대 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세뿐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들썩이는 등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 사회 전체가 집값에 과도하게 몰입하고 있고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주택정책은 큰 틀에서 국민들의 주거 수준 향상과 취약 계층의 주거 안정, 두 가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주택 가격 안정을 명시적인 목표로 내걸고 주택정책을 펴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만 집값 안정을 주택정책의 지상 과제로 삼는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어떤 문제가 야기되는가.

△주택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데 정부가 개입해 집값을 무리하게 잡으려다 보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한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이를 증명한다. 전 정부는 취득세·보유세·양도소득세를 강화해 국민들이 집을 사기도, 보유하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각종 규제들로 국민들의 주거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주거 수준 향상은 제자리다. 주거 약자들이 덕을 본 것도 아니다. 임대료가 올라 서민들의 피해도 컸다.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부동산 대책들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주거 생활을 어렵게 만들었다.

-주택 시장이 불안할 때 정부가 손 놓고 있기도 힘들다.

△현실적으로 그렇다. 그러나 정부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매매가격은 분양가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주택 재고가 2200만 가구가 넘는데 연 30만 가구 정도의 신규 공동주택 분양 가격을 아무리 통제해도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결국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확대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주거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수요 억제에 방점을 찍은 정책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은데.

△수요 억제만으로는 국민들의 주거 수준을 높일 수 없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마스크를 가구당 하루 하나씩만 사도록 규제하면 사람들이 마스크를 필요한 만큼 쓸 수 없다. 기업들이 마스크를 더 빨리,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 마스크 값을 낮추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도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주택과 마스크는 공급 여건이 다르지만 민간의 다양한 공급자가 수요에 맞게 공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점은 같다.

-3기 신도시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가.

△3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가 많은데 지금과 당시의 소득 수준은 격차가 크다. 신축에 수요가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질의 집이 지어지기 위해 분양가 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제도 등이 합리화돼야 한다. 이와 함께 비아파트의 공급난은 지금 가장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전세사기, 다주택자 중과세, 오락가락 등록 임대 정책 등으로 빌라,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 소형 준주택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소형 주택이 부족하면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하다 보니 똘똘한 한 채로 몰리면서 빌라 등이 더 외면 받게 된다.

△매매가 기준으로 2억~3억 원짜리 빌라, 오피스텔 등은 민간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으로 많이 활용된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자가 거주율이 약 57% 수준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주택 재고의 8%임을 감안하면 민간 임대의 몫은 30%를 넘는다. 전 정부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정상적인 규제들을 도입했다.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해 임대용 주택으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주택 구입 기회를 빼앗아가는 반사회적인 행위일까. 어차피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소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의 역할을 인정해줘야 한다. 다주택자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세금 규제를 본연의 원칙에 맞게 정상화해야 하는 이유다.

-종부세 개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바람직한 개편 방향은.



△종부세는 다주택, 고가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제한적 부유세 성격의 세금으로 도입 당시부터 논란이 컸다. 원칙적으로는 종부세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다만 현실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폭 완화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 주택 보유세를 재산세로 단일화하면 지역별 세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조정 장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1주택자의 종부세만 완화해주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주택 수를 과세 기준으로 삼지 말고 총액이 기준이 돼야 한다. 현재는 저가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진 사람과 고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의 경우 주택 보유 가액은 비슷해도 세금은 다주택자가 더 많이 내는 구조다. 형평에 맞지 않다. 세제 개편은 수직적 공평성(소득·재산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과 수평적 공평성(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은 비슷한 세금을 내는 것)을 모두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1주택을 오래 보유하고 거주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주거 안정 지원 차원에서 타당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종부세뿐만이 아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도 빨리 폐지해야 한다. 현재 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2주택 취득세율이 8%, 3주택 이상은 12%로 지나치게 높고 논리적 근거도 없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한시적으로 유보된 상태일 뿐이다. 이런 정책들이 결국 ‘상급지 주택’에 대한 매입 수요만 늘려 주택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이와 함께 종부세와 재산세의 누진율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재산세율이 일정하다. 우리나라의 누진율은 주택 기준으로 과표 6억 원 이하와 12억 원 초과를 비교하면 두 배 차이가 날 정도로 과도하다.

-오락가락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비판도 많다. 주택 관련 가계 대출 관리도 필요하다고 보는가.

△거시 금융 차원에서 대출 총량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인데 주택담보대출 총량이 늘었다고 무조건 줄이라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통계는 세부 정보가 부족하다. 예컨대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건별로 얼마나, 어떤 용도로 나갔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전세대출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다. 리스크가 어디에 있는지 세세하게 분석하고 관리해야 한다. 지금은 너무 ‘큰 그물’을 갖고 정책을 펴고 있다.

-전세대출 규모도 크다.

△실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리스크가 더 큰 것이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과거 집값이 계속 오르고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가 일종의 사금융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가 여전히 대세인 것은 정부의 지원 때문이다. 전 정부에서 전셋값이 급등하자 공적 보증 기관을 동원해 전세대출을 지원해줬다. 전세대출 잔액이 네 배로 늘었다. 전세대출보증·전세금반환보증 등이 중·고가 주택까지 확대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전세 관련 공적 기관의 보증 대상은 신혼부부·청년·서민 등으로 국한해야 한다. 그외에는 민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

-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리츠(부동산 간접 투자 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우리나라의 부동산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의료·보건 서비스나 금융 및 보험보다 비중이 높은 중요한 산업임에도 고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리츠를 활용하면 부동산 산업을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 리츠 주식은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령화 시대에 유망한 투자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도입하려는 프로젝트 리츠는 현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이다. 헬스케어 리츠에 대한 기대도 크다.

◆He is…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부에 1년여 근무한 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시라큐스대 조교수를 지내고 귀국한 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연구원 원장에 이어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설계를 담당했다. 현재 부동산산업 연구모임인 (사)한국부동산금융투자포럼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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