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대만 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디어텍과 함께 업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LPDDR5X에 대한 동작 검증을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전력효율이 중요한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저전력 D램 제품이다. 강력한 성능의 D램을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4월 개발한 이 제품은 동작 속도가 업계 최고인 10.7Gbps(초당 기가비트 전송량)에 달하는 등 이전 세대 대비 동작 속도와 소비 전력을 25% 이상 개선했다. 저전력·고성능 특성이 요구되는 온디바이스 AI 용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모바일 기기에서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서버나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뛰어난 성능의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미디어텍의 플래그십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디멘시티(Dimensity) 9400’과 함께 장착된다. 이 칩은 올 하반기 출시될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 및 삼성 엑시노스 2500의 경쟁 제품이다. 미디어텍은 퀄컴에 이은 세계 2위 AP 설계 업체로 지난해에는 판매량 기준 스마트폰 AP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에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AP를 공급해왔지만 최근에는 고성능 AP를 잇달아 선보이며 퀄컴과 삼성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디멘시티 9400의 경우 올해 출시되는 삼성 태블릿PC 갤럭시탭 S10에 탑재될 가능성도 있어 삼성으로서는 고객이자 경쟁자 관계로 볼 수 있다.
한편 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가 부상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저전력·고성능 D램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시장분석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2022년 185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2030년 1739억 달러(약 241조 원)로 연평균 37%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모바일 AP 설계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번 동작 검증도 그 일환으로 진행됐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 부사장은 “미디어텍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업계 최고 속도인 LPDDR5X D램의 동작을 검증하고 AI 시대 맞춤형 솔루션임을 입증했다”며 “고객과 유기적인 협력으로 향후 온디바이스 AI 시대에 걸맞은 솔루션을 제공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텍 관계자 역시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최대화하고 더 많은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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