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자리를 구하는 데 3년 넘게 걸렸다는 청년들의 비중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직장을 잡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맞춤형 고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부적으로 15~29세 청년층이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최종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뒤 첫 일자리를 갖기까지 걸리는 평균 소요 기간이 5월 기준 11.5개월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개월 늘어났다.
이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장기간 취업을 못한 이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임금근로자(15~29세) 중 첫 취업까지 3년 이상이 걸렸다고 답한 이들의 비중은 9.7%(35만 7000명)로 2006년 5월(10.3%)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교육 정도별로 보면 고졸 이하가 지난해 14.8개월에서 17.6개월로 2.8개월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졸 이상도 8.2개월에서 8.3개월로 불어났다. 통계청은 “진학 준비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졸자는 대학을, 대졸자는 로스쿨 등의 대학원을 준비하다가 막판에 취업으로 진로를 돌린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취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를 망설이는 청년들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3년제 이하 대학을 포함해 총 4년 3.8개월로, 전년보다 0.5개월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학 등을 졸업한 뒤 처음 얻은 일자리가 아르바이트(시간제)가 아닌 전일제 근로직이었던 청년은 전체 청년 임금 근로자의 76.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만 해도 청년들의 첫 일자리에서 전일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85.5%였는데 10년 만에 이 비중이 9.5%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기간은 역대 최고치로 늘어난 반면 첫 일자리의 형태는 전일제가 아르바이트직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취업 경험자 중 최근 일자리와 전공 간 관련성이 불일치하거나 매우 불일치한다고 답한 비중도 지난해 49.4%에서 올해 50.2%로 증가했다.
쉬고 있는 청년 중 미취업 기간이 3년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도 전체 미취업자의 18.5%(23만 8000명)에 달했다. 2013년 5월(1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406만 6000명) 가운데 취업 시험 준비자는 56만 5000명으로 전체의 13.9%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의 취업 소요 기간 장기화 등은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심화된 결과”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일부 청년 고용정책이 중단되는 등 정책 일관성이 떨어져 청년 실업 문제는 저출생 문제처럼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취업뿐만 아니라 청년 창업 시장도 어렵다는 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20대 이하 청년은 총 9만 4155명으로 전년 대비 13.1% 급증했다. 전체 폐업자의 9.6%로, 지난 한 해 동안 폐업을 신고한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20대 이하 청년이었던 셈이다. 지난해 20대 이하 창업자 수가 16만 9952명이었음을 고려하면 한 해 청년 창업자 대비 폐업자 비중은 55%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와중에 정부 지원금은 대개 서류만 잘 준비돼도 받을 수 있어 서비스 업체의 도움을 받아 서류를 작성하고 지원금을 받은 뒤 지원금이 다 떨어지면 수익이 안 나 문을 닫는 식의 창·폐업이 반복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하다 보니 청년들은 처음부터 좋은 일자리를 구해야 계속해서 좋은 경로로 갈 수 있는 환경”이라며 “노동시장의 단절적인 구조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청년 직업 훈련, 소득 지원 예산 등이 대폭 줄었는데 정작 별다른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청년 정책에 대한 어젠다 자체가 사라진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력직 중심으로 기업 채용 관행이 변화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준비 기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민간 부문 일자리 취업을 준비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된다”며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학교 졸업 이후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취약 청년에 선제적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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