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나라에 10% 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고 반도체 보조금에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면서 국내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을 비롯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우는 정책들에 대한 대응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100%를 매기는 게 뼈대다.
관세 인상은 수입품 가격 상승을 불러온다. 미국 내 판매 가격이 올라 소비 감소와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미국 국채금리가 뛰어 국내 통화정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케츠의 거시전략 부문장인 마이클 멧커프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집권 1기 때보다 2기 때 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미 수출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도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화학 등 대미 수출액이 큰 제품을 중심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 올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4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9.8%나 급증했다. 자동차 부품(40.4억 달러)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어느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지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른 나라들과 공조를 해서 대응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대만 TSMC에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했으며 결국 자신들의 나라로 돈을 가져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보조금을 직접 문제 삼은 것이다. 보조금은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에 있다. 미 상무부는 올 4월 삼성전자에 대한 6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에도 2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축소도 마찬가지다. 전기자동차나 배터리 보조금 등이 포함된 IRA의 혜택 규모가 축소될 경우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전기차 지원금이 축소될 수 있어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의 사업 규모와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과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다음 주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업계 등 트럼프 당선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통상 전략을 논의하기로 했다. 기업들 중에서는 SK하이닉스와 LG엔솔·SK온 등이 참석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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