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편입한다. 기존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사업을 운영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다. 대신 합병의 시너지를 구체화하기 위해 양 사 공동의 시너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로 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합병 이후 양 사의 운영 방식에 대해 “SK E&S 조직이 가진 결집력과 역량이 훼손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CIC 체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형욱 SK E&S 사장도 “기존에 하던 사업 운영 체제와 의사 결정 구조를 큰 변화 없이 할 수 있는 책임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CIC는 한 회사 내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내에 별도의 기업체를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SK E&S는 기존의 도시가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등의 사업을 변화 없이 추진할 수 있고 SK이노베이션은 SK E&S로부터 현금을 쉽게 끌어올 수 있다.
CIC 방식은 특히 합병 진행 과정에서 동반되는 경쟁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주요 목적 사업이 다르다 보니 흡수합병을 강행할 경우 조직 통폐합, 사업 축소로 이어져 한쪽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사업부가 해체되고 새롭게 재편되면 소속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 진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선택으로도 보인다.
박 사장은 “법적으로 흡수합병 형태를 띠게 됐지만 화학적 결합은 안 될 것”이라며 “현재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독립적인 운영과 동시에 양 사의 에너지 사업을 묶어 패키지화하는 등 합병 시너지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 기술과 SK E&S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을 결합하는 식이다. 또 석유 시추와 가스 개발 역량을 합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고객사들은 원유나 가스를 공급을 넘어 탄소 중립을 포함한 토털에너지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며 “양 사 간 공동 시너지 TF를 만들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고객이 토털에너지 솔루션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합병) 타이밍으로 적기라고 생각했다”며 “양 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양 사의 합병안을 의결했다. 그룹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8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합병이 성사되면 매출 규모 88조 원, 자산 규모 1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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