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 성수기인 여름에 접어들어서도 국내 외식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보양 음식인 삼계탕을 비롯해 흑염소, 한우, 뱀장어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보양식 간편식(HMR)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6월 기준 삼계탕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 6855원으로 전년 동기(1만 6423원) 대비 2.6% 올랐다. 육계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육계 가격은 1㎏ 당 5898원으로 전년(6374원) 대비 8.1% 하락했다. 이달 도축 마릿수가 전년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제 자영업자에게 납품되는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산 순살 정육 가격이 이달 들어 1만 원대를 돌파하며 한 달 새 2배 가량 올랐고,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1호 염지 발골 닭’은 1주 새 5000원에서 6100원으로 22% 상승했다. 무뼈 닭발 등은 한 달 전 대비 3배 이상 납품가가 올랐다. 생닭 가격이 내렸음에도 발골, 염지 등 인건비 등의 문제로 가격이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닭집을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20년째 거래를 해오고 있는 거래처에서 닭을 발골할 사람이 없어 인력난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기요금 등 제반 비용이 더해져 외식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3대 삼계탕집으로 유명한 고려삼계탕은 올 들어 삼계탕 한 그릇 가격을 1만 8000원에서 2만 원으로 11.1% 올렸다. 토속촌과 원조호수삼계탕도 삼계탕 한 그릇을 각각 2만 원, 1만 8000원에 팔고 있다.
흑염소 가격도 상승세다.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면서 개고기가 사라지게 되자 조리법과 육질이 비슷한 흑염소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달 15일 함양산청축협에서 열린 염소경매시장에서 흑염소는 1㎏ 당 1만 7027원에 거래됐다. 평균적으로 한우 경매시장에서 한우 1㎏가 1만5000원 수준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하면 흑염소 몸값이 더 비싸진 셈이다.
한우 역시 최근 사룟값과 인건비 등의 오름세로 사육 마릿수가 줄어들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달 17일 한우 갈비 100g당 가격은 1만 179원으로 1년 전 보다 62.7% 뛰었고 안심은 1만 3972원으로 2.3% 상승했다. 장어 역시 수온 상승에 출하량이 줄어든데다 실뱀장어 수입이 감소한 영향으로 가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달 뱀장어 1마리 당 산지가격과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8.1%, 1.8%씩 상승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보양 음식 가격이 오르며 ‘가성비’ HMR이 대체제로 자리 잡는 모습도 나타난다. 아워홈은 올 상반기 대표 보양 간편식 4종(고려삼계탕·고려반계탕·뼈없는 갈비탕·진한 추어탕) 전체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삼계탕은 이달(1~14일) 기준 매출액이 전월 대비 205% 증가했다. HMR은 제품 별로 가격은 상이하지만, 평균 1만원도 채 되지 않다 보니 외식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고물가에다 역대급 폭염과 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외식 수요가 줄며 매출까지 줄어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수입산 닭, 수입산 소고기 등으로 재료를 변경하기 위해 고심하지만 국내산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의견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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