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피벗’(정책 전환)에 나섰던 ECB는 연내 두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완고한 흐름을 이어가자 통화 당국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ECB는 18일(현지 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로써 현 ECB의 기준금리는 연 4.25%,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3.75%, 연 4.50% 수준이다. ECB는 앞서 6월 1년 11개월 만에 금리를 기존 대비 25bp(1bp=0.0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9월 12일 열릴 ECB 회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때 주요 정책금리가 한 번 더 내려갈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되면서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약 65% 수준이다.
다만 ECB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부 물가 수준은 통화 당국이 기대하는 것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6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이 2.5%를 기록하면서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서비스 분야의 경우 4.1%를 기록해 당국자들이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연내 2차례 추가 금리 인하의 현실성에 대한 ECB 인사들의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리 결정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우리가 무엇을 할지는 매우 공개적이며 우리가 받을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6월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시사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영향에 대한 질문에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경제적 발전이 유럽에 중요하다”면서 “ECB는 이를 매우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