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비용뿐 아니라 높은 유통비 또한 축산업자 등 1차 생산자의 허리를 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유통비용률은 40%대를 유지해왔으나 2022년부터 53%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인건비·운반비 등의 증가로 유통회사들이 비용을 늘리면서 손해를 상쇄하고 있지만 1차 생산자인 농민과 최종 소비자들이 이를 떠맡는 모양새다. 특히 유통 비용 문제는 축산 농민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전반적으로 1차 생산자에 불리한 모양새다.
19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종합 유통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5대 도매법인(서울·중앙·동화·한국·대아청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평균 21.7%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을 낸 곳은 동화청과로 매출액 392억 원, 영업이익 76억 원을 기록했다. 도매시장법인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생산자인 농민들을 대신해 경매를 진행해주고 대가로 최대 7%의 수수료를 챙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출하량이 줄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도매시장법인은 작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수료를 보장받아 안정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출렁이고 있음에도 5대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다. 2018년 17.97%였던 5대 도매법인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들어 24%로 증가한 후로 꾸준히 20%대를 기록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50대 A 씨는 “사실상 5대 도매시장법인을 통해서만 농산물이 유통되는 등 판매 경로 자체가 적은 환경”이라며 “1차 생산물의 가격에 대한 시세 결정은 가락시장에서 형성되는데 위탁수수료를 낮추는 등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농수산물의 매수·수탁 및 매매 중개를 모두 할 수 있는 유통인인 ‘시장도매인’을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도매인 제도를 도입한다면 합의 가격 결정과 저가 수의 매매 등을 통해 생산자를 보호할 수 있고 유통 단계를 축소할 수 있다. 김윤두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농산물 유통 문제의 중심에는 도매시장이 있다”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시장도매인 각 유통 주체 사이에 존재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의 각종 거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