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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PF 매각 '굼벵이'…당국이 꺼내든 묘안은

◆당국, 경·공매 재입찰 주기 '3개월→1개월' 추진

시세 웃도는 최저입찰가 책정 등

사업장 처리 소극적 저축銀 압박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공매 입찰가 조정 주기를 기존의 석 달에서 한 달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저축은행들이 부실 PF 사업장의 최저 입찰 가격을 시세보다 훨씬 높게 책정해 ‘파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오히려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당국은 “업계가 온갖 꼼수를 동원해 부실 PF 사업장 처리를 늦추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축은행 PF 사업장 경·공매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PF 사업장 평가 기준 개정을 발표한 데 이어 경·공매 절차 방식도 구체화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부실 PF 사업장의 첫 경·공매가 유찰된 경우 한 달 주기로 경·공매 절차를 다시 밟도록 하는 안이다. 현재 부실 PF 사업장의 경·공매 주기인 3개월을 3분의 1로 대폭 단축하려는 것이다. 유찰된 물건에 대해 경·공매를 다시 진행할 경우 직전보다 최저 입찰가를 낮게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매달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금융 당국이 부실 PF 사업장 처리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것은 저축은행이 매각에 소극적인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공매 최저 입찰가를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매겨 사실상 매각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조금만 더 버티면 보다 좋은 조건에 정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아직도 꽤 있다”면서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금융사의 손실 분담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은 경·공매 입찰 회차 간격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 하락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경·공매는 입찰을 진행한 후 낙찰자가 없으면 최저 입찰가를 낮춰 다시 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입찰 회차 간 기간이 길어지면 최저 입찰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어 시장가와 근접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 부동산 PF 공매 절차를 준비 중인 한 대주단 관계자는 “선순위 채권자는 매주 입찰을 진행해 부실 PF 사업장을 빨리 정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후순위 채권자는 4주마다 하자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면서 “최저 입찰가 자체도 높게 잡은 상황에서 입찰마저 더디게 진행되면 가격 조정 폭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입찰 주기를 기존 석 달에서 한 달로 단축하면 이 같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최저 입찰가를 높게 잡더라도 경·공매가 자주 이뤄지면 그때마다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공매 유찰 후 재매각할 때는 최저 입찰가를 더 낮춰야 하기 때문에 간격이 짧으면 가격 하락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서 시장 가격으로 접근하는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금융 당국은 최초 입찰가가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지 않도록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이처럼 부실 PF 사업장 처리에 고삐를 죄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부실 PF 사업장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경·공매를 밀어붙이니 일단 시늉만 내는 것 아니겠나”라며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때까지 버텼다가 대출 원금은 물론 쌓아둔 충당금까지 챙기려는 곳들이 제법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은 이 같은 금융 당국의 드라이브에 반발하고 있다. 경·공매 회차 간격을 축소하면 매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속 유찰되면서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매달 떨어질 테니 최저 입찰가가 바닥을 치기 직전까지는 잠재 매수자들이 경·공매 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저축은행중앙회의 표준 규정이 4월 개정돼 연체 PF 채권을 3개월마다 경·공매에 내놓도록 한 지 석 달여 만에 다시 한 달로 단축하는 것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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