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대미 외교·통상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다른 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유색인종이면서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눈에 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노동자들도 일부 포섭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는 학력과 경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중요한데 해리스는 (존재감이 없고) 대중 앞에서 흡인력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역할을 한 적이 없는 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제 선거에 뛰어든 만큼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앞으로 연설 등에서 숨겨왔던 색다른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전보다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 대선판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보다 정교한 대응 방식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이태호 전 차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1기 정부 때보다 정책 강도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하면서도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우리가 수출하는 중간재들이 결국 미국의 고용 및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정치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누가 되든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10%의 보편적 기본 관세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무역 부가가치를 미국이 아닌 제3국을 통해 창출하는 방식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선거 결과를 감안한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전 차관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등도 의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므로 의회 선거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라며 “지금까지 나온 공약들을 토대로 의회 선거 결과별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전 대사는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다 장악할 가능성도 굉장히 커진 상황”이라며 “이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악력이 굉장히 커지기 때문에 미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에서 톤 다운할 수 있는 외교 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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