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권 도전 포기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 관련 주식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 내린 2763.51에 장을 마쳤다. 이는 6월 17일(2744.1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코스피는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기대에 이달 11일 2891.35까지 올랐다가 불과 7거래일 만에 4.42%나 후퇴하며 변동 폭이 커진 흐름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2.26% 떨어진 809.96으로 주저앉으며 2월 6일(807.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빠졌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19일에 이어 또다시 동반 순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를 끌어내렸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5월 29~30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866억 원, 195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채권금리도 장중 상승했다가 하락 마감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만 해도 전 거래일보다 3.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09%로 솟구쳤다가 0.3bp 내린 연 3.071%에 장을 마쳤다.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장중 오름세를 보였다가 각각 0.8bp, 1.1bp 하락한 연 3.091%, 3.145%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이날 크게 요동 친 것은 2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대폭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발생한 전 세계적인 ‘정보기술(IT) 대란’ 여파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각종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코스피는 장 초반 2790.99로 출발했다가 쏟아지는 차익 매물을 견디지 못하고 하락 폭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 사퇴로 증시에서 한 발 빼면서도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트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여전히 베팅하는 자세를 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지한 사실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부담을 크게 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전자 업종이 2.42% 하락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삼성전자(005930)(-1.66%), SK하이닉스(000660)(-2.15%) 등 반도체 관련 주의 낙폭도 컸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4.92%), 삼성SDI(006400)(-4.20%),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2.29%), LG화학(051910)(-4.05%), 에코프로비엠(247540)(-6.65%), 에코프로(086520)(-4.89%) 등 2차전지주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높아진 당선 가능성에 하락했다. 한화솔루션(009830)(-3.02%), SK오션플랜트(100090)(-2.14%) 등 태양광·풍력주 또한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수혜 기대를 받는 건설 업종 주가는 하락장에서도 0.91% 올라 대조를 이뤘다. HD현대중공업(329180)(3.71%), HD한국조선해양(7.18%) 등 조선주와 현대로템(064350)(2.41%) 등 일부 방산주도 상승했다. 갤럭시아머니트리(12.11%), 우리기술투자(3.55%), 한화투자증권(2.16%) 등 가상자산주 또한 ‘트럼프 대세론’을 타고 재차 뛰어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에 돌발 변수가 생긴 만큼 당분간 국내 주식시장도 선거 판세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10일 두 번째 대선 토론회가 남아 있어 대선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라며 “11월 선거일까지 변동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정치 민감도가 낮은 실적 중심의 업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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