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와 실물경기 사이의 괴리가 계속되고 있어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같은 실물경기(펀더멘털) 요인을 반영한 시장금리는 연 5~6%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고채 3년물 평균 금리는 3.3~3.7% 안팎에서 결정됐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이 여전히 넘쳐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펀더멘털 외의 요인은 주로 유동성 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각종 통화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시장금리 중 실물경기 외의 요인으로 설명되는 비중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중 통화량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5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4014조 1000억 원으로 198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경우 시중 유동성이 더 불어나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한 주 전보다 0.28% 상승하며 1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가 불붙은 것(부동산)에 휘발유를 더 얹는 격이 될 수 있다”며 “만약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한국 입장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금리 시기에 디레버리징을 하고 금리 인하기에 진입했어야 했는데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KB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내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가계대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한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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