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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글로벌 칩 전쟁서 여전히 뒤처져…S급 엔지니어 확보할 특단책 내놔야"

[인재 대탈출, 코리아 엑소더스가 온다]

2부. 인재 강국의 비결-<상> 국내외 전문가 진단

TSMC 이끈 대만 인재 육성처럼

민관학 협업 확대·규제완화 시급

"인재 키우고 해외두뇌 끌어와야"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책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 기업 TSMC의 설립 기반이 된 정부와 기업·학계를 잇는 유기적인 인재 양성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공계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우수 교원을 늘리고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이혁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지금 ‘인재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데 이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S급 엔지니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만은 정부가 직접 나서 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민간에 넘겨주며 반도체 산업 전체를 강화하고 있다. 테리 차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대만 지사장은 TSMC·미디어텍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반도체 기업이 대만에서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만의 강력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과 산업계·학계 간 협력을 통해 숙련된 반도체 인력을 지속해서 공급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며 정부의 지원이 대만 반도체의 인재 리더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테리 차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대만 지사장. 사진 제공=SEMI




대만 반도체 네트워크의 밑바탕이라고 불리는 정부 연구기관 공업기술연구원(ITRI)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만 정부는 1985년 당시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부사장이었던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을 ITRI 원장으로 영입했고 연구 단체와 대학·정부의 밀접한 네트워크 강화가 이뤄졌다. 이는 TSMC를 비롯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창 전 회장이 당시 개념조차 없던 사업 모델인 파운드리를 ITRI 원장 자격으로 정부에 제안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ITRI는 이 과정에서 그간 축적해온 기술과 전문가 인력을 기업에 이전했다. 다른 파운드리 기업인 TMC와 VIS도 이러한 방식으로 1990년대 설립됐다.

차오 지사장은 특히 이 과정에서 대만 정부가 기업과 연구기관·대학을 패키지로 묶어 신주과학산업단지·중부과학산업단지 등 반도체 핵심 클러스터를 조성했다는 점을 성공 요인으로 언급했다. 신주과학단지에는 TSMC·UMC 등 대표 반도체 기업과 칭화대·자오퉁대 등 유명 대학이 함께 터를 잡고 있다. 그는 “대만은 반도체 연구와 혁신 촉진을 위해 기술단지와 산학 협력 플랫폼을 활용했고 기술이전과 빠른 상용화를 위해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해왔다”며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혁신적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행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반도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석박사 고급 인력의 핵심 양성을 위한 교수 증원부터 여러 행정적 절차로 막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소장은 “대만은 국립대만대를 비롯한 4개 대학에 반도체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인재 유치에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우리나라도 지난해 4개 대학에 반도체연구소 설립 지원이 이뤄졌지만 교원 증가보다는 인프라 구축 위주로 지원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반도체 연구 인력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대만 신주에 있는 ITRI의 연구 인력은 6000명에 달하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력은 절반인 3000여 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은 정부 차원의 외국인 인재 유치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이 소장은 “국립대만대는 외국인 대상 반도체 교육을 위한 학부 학위 과정을 새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의대로의 이공계 인재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계약학과 설립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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