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과징금을 물게 됐다.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보호 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해외 e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19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다. C커머스로 통칭되는 중국 e커머스 업체가 자국 정부 이외의 해외 정부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이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4일 제13회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위반한 알리에 대해 과징금 19억 7800만 원과 과태료 780만 원, 시정명령 및 개선권고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해외 직구 서비스가 급증해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해 초부터 알리·테무 등 해외 e커머스 업체에 대한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조사해왔다. ☞16면으로 계속
中판매자에 정보 흘러가…약관에도 보호조치 전무
국내 매출 적어 정률 과징금
테무도 이르면 내달 결과 발표
알리는 입점 판매자가 이용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고 상품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중개 수수료로 받는 ‘오픈마켓’ 구조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가 상품을 배송하도록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국외 판매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해외로 이전된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사업자가 관련 보호 조치를 마련하도록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반영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알리는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자의 법인명 및 연락처’ 등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정한 고지 사항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국내 이용자가 회원 탈퇴 메뉴를 찾기 힘들게 구성하거나 계정 삭제 페이지를 영문으로 표시해 이용자의 권리 행사를 어렵게 했다고 개인정보위는 설명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알리를 통해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중국 판매자는 18만여 곳에 달한다. 알리에 판매점으로 등록된 기업 대부분이 중국 업체라는 점에서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대거 넘어간 셈이다. 알리는 판매자 약관 등에 개인정보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석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과징금 산정 기준과 관련해 “알리의 한국 매출액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관련 매출액의 3% 이하의 정률 과징금으로 부과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국외 이전 및 국외 이전 보호 조치 위반 사항은 엄중하지만 국내 매출액 규모가 고려됐으며 조사 과정에서 알리가 개인정보보호법 준수 의지를 밝히는 등 자정 노력한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알리는 조사 과정에서 법정 요건을 갖춰 국외 이전에 대한 이용자 동의를 받고 국내 대리인 공개 관련 미흡 사항을 개선하는 등 자진 시정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개인정보위는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한 불만을 해결하거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국내 e커머스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민관 협력 자율 규약에 참여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제공해달라고 개선권고했다. 알리와 함께 개인정보위의 조사 대상이었던 테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남 국장은 “시정명령·개선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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