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각종 탄핵소추안을 남발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인 이 부위원장의 업무를 중단시켜 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막기 위한 포석이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건(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을 실시해 최종 부결된 채상병 특검법도 내달 재추진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야당은 방송4법도 단독 처리에 나서 숫적 열세인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고 있으나 힘이 부치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25일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만장일치로 당론 채택 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탄핵소추안은 곧이어 열린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보고되면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부위원장 탄핵의 근거로 3인의 상임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2인 의결을 강요한 점과 심의 의결 절차 없이 위법한 직무를 수행한 점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탄핵안 발의의 궁극적 목적은 이 부위원장의 업무를 정지시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등의 이사 선임 절차를 막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도 혼자서는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에 이 부위원장이 26일 탄핵안 처리 전 사퇴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이 경우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전무한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다.
국민의힘은 ‘위원장 직무대행’은 탄핵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탄핵은 방통위법상 기관장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으로, 부위원장은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만큼 탄핵 대상이 된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이 부위원장 탄핵 추진에 이어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과 방송 4법 상정에도 나서 여당과 충돌이 반복됐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은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반대 표결'을 당론으로 정한 만큼 반대표는 전체 의석수인 108표가 나왔어야 하지만 결과는 104표에 그쳤다. 그동안 특검법에 대해 공개 찬성 입장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 외에도 3명의 이탈표가 추가로 나온 셈이다.
여당 내 일부 찬성 여론을 확인한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재차 천명했다. 특검법이 부결된 직후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특검을 거부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바로 범인”이라며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수사 외압, 국정 농단 의혹을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드리는 그날까지 계속 전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제3자 추천 특검’을 주장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 등 대안을 일부 수용하더라도 여당 내부 반발과 맞물려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강대강 대치 정국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의 방송4법 강행에 맞서 여당은 이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방송4법 중 첫 번째 법안인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나머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서도 각각 필리버스터를 시도할 예정이다. 야당은 법안마다 토론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시켜 법안을 의결해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4개 법안을 처리하면 최소 4박 5일간 본회의가 열리게 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 부결을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해병대예비역연대가 국민의힘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XX들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우 의장에게 “퇴거 명령을 내려달라. 개판이다”라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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