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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넣어도 막걸리 인정…수출에 날개 단다

■ 주세법 시행령 완화

향료·색소까지 제조 원료 포함

탁주 비해 높던 주세부담 줄여

막걸리 이름 사용 마케팅 숨통

과일소주처럼 해외서 인기끌듯





정부가 향료와 색소를 첨가한 막걸리를 주세법상 ‘탁주’로 인정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는 오랜 시간 요구해왔던 내용이 관철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향 막걸리’에 걸렸던 규제가 해제되면서 신제품 개발과 수출이 크게 유리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25일 주류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이날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해 향료와 색소까지 탁주의 제조 원료로 인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 탁주의 원료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 △국(누룩) △물 △당분 △과일·채소류 △아스파탐 등으로 한정된다.

이처럼 탁주의 주재료를 엄격히 규정한 기존의 주세법 시행령은 ‘원형 그대로’의 전통주 생산을 장려하는 역할을 해왔다. 향료나 색소 같은 첨가물을 더할 경우 여러 제약을 부여해 정통 막걸리 제조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 향막걸리에 매겨지는 주세는 일반 탁주 대비 월등히 높았다. 출고 가격이 1000원인 750㎖ 막걸리의 경우 향을 넣게 되면 원래는 33원이었던 주세가 246원으로 크게 가중되는 식이다.



하지만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제약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됐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과일향을 넣으면 제품명에 ‘막걸리’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는 마케팅 제약마저 걸렸기 때문이다. 국순당 ‘쌀 바나나’나 서울장수 ‘허니버터아몬드주’가 대표적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법과 현실의 괴리가 있어 ‘막걸리를 막걸리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신제품 개발에 걸림돌이 있었고 가격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고액의 주세를 부담해야 하는 제조사들이 향막걸리의 소비자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막걸리 제조사들은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향 막걸리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데다, 마케팅상의 제약도 정식으로 해제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막걸리의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처음 향 막걸리를 접한 외국인 소비자들의 수요가 일반 탁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향 막걸리는 마치 과일 소주처럼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산 주류에 입문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밖에도 주류 제조사들의 오랜 요청이 대부분 수용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정부는 주류판매업 진입장벽을 낮추고, 전통주에 대한 주세액 경감 대상도 확대한다. 정부는 출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인 소규모 발효주·증류주 제조자에 주세를 절반씩 경감해왔는데, 앞으로는 이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종합주류도매업 면허 요건도 창고 면적 기준이 66㎡에서 22㎡로 완화된다.

다만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더라도 실제로 향 막걸리의 가격이 내려갈 지는 미지수인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막걸리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가격 인하 여부의 결정에는 여러 요소가 있어 정책이 현실에 반영되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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