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D램 제품으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HBM 수요 증가와 함께 12단 이상의 고적층 제품 출시 및 선단 공정 도입 등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욜그룹에 따르면 올 2분기 HBM 1개당 평균판매가격(ASP)은 14.3달러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1분기 ASP였던 12.5달러보다 14.4% 상승한 수치다. 욜그룹 측은 “4세대 HBM(HBM3) 12단을 포함한 고적층 칩이 시장에 적용되면서 제조 비용이 올라가자 ASP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욜그룹은 향후 연간 HBM 매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HBM 시장의 매출은 올해 10억 300만 달러(약 1조 3897억 달러)가 예상되며 2029년까지 매년 평균 43.7%씩 성장해 2029년에는 41억 4500만 달러(약 5조 742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BM은 다수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서 만든 제품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챗GPT 등 혁신적인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하자 폭증하는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HBM이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D램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고적층 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HBM 시장 1위 SK하이닉스는 25일 2024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현재 주력인 5세대 HBM(HBM3E) 8단 제품을 넘어 12단 제품도 4분기부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3E 12단 제품의 수요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HBM3E 12단 공급량이 8단 제품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비디아의 HBM3 8단 승인(퀄) 테스트를 통과한 삼성전자의 선두 추격도 매섭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E 8단 테스트를 이르면 3분기 안에 완료하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위한 내부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의 양산준비승인(PRA)을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HBM의 가격이 향후 몇 년간은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AI 칩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 HBM을 양산하는 업체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개 업체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12단 이상의 고적층 제품은 고난도의 접착 기술이 도입되면서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8단에서 12단 HBM으로 넘어가는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다만 각 D램 회사의 HBM 생산능력 확대가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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